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가 주관한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오제세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장기기증은 인생에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나눔행사이다. 이제 이러한 가치가 전 국민의 공감을 얻을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된 만큼 각막기증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정책 및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할 때”라면서 “이번 정책토론회에 참석하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오늘 토론회는 아직까지 장기기증이 활발하지 못한 우리나라에 작은 불씨를 지피고자 마련하게 됐다. 이를 통해 어두움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하루 빨리 환한 생명의 빛을 찾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에 앞서 미국 LA지역의 장기구득기관이자 아이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 ‘OneLegacy’의 톰 몬 회장이 주제 강연자로 나서 미국 각막기증 현황과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아이뱅크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톰 몬 회장은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각막기증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아이뱅크’가 62개 존재한다. 아이뱅크에는 일정 교육을 받아 자격을 갖춘 각막적출 전문가인 테크니션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어 각막기증자가 있는 현장이 어디든 신속하게 출동하고 있다”며 “안과의사들이 직접 각막적출을 위해 출동하는 우리나라의 시스템과는 가장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톰 몬 회장은 “아이뱅크에는 각막기증만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코디네이터도 존재해 기증자와 유가족들이 보다 쉽게 각막기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아이뱅크를 통해 미국에서는 지난 2016년에 82,994건의 각막기증이 이뤄졌고, 이 중 26,057개의 각막은 해외에 있는 각막이식 대기 환자를 위해 기증됐다”고 밝혔다.

또한 톰 몬 회장은 “세포 수가 많은 건강한 각막을 미국 내 각막이식 대기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이식하고, 이에 비해 세포 수가 적고 연령대가 높은 기증자의 각막은 수출하거나 연구용으로 사용한다”며 “국가는 국민에게 양질의 각막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톰 몬 회장은 “한국은 의료선진국인 만큼 법과 제도가 보완된다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의사들은 환자들의 치료에 집중하고, 각막적출과 같은 일은 전문가를 양성해 맡긴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각막기증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정책토론회에서는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서종환 상임대표가 좌장으로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이영우 사무관과 대한안과학회 한국외안부연구회 최철영 총무이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당장 미국처럼 대기기간 없이 각막을 이식받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각막이식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제도 보완 등을 비롯한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최철영 총무이사는 각막기증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안은행 및 조직가공 등의 취급업자 등에 관한 법류에 관해 전문성에 관한 우려 ∆안구/각막의 채취, 가공 등에 관한 규정 및 관리 감독으로 인한 비용증가(국민부담 증가) ∆내피세포 이식술을 위한 수입각막의 증가 ∆보험급여화에 대한 논의 등 학회의 의견을 조명했다.

김동엽 사무처장은 “본부는 지난 2006년 9월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0년 동안 해오던 시신기증 운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며 “10년 동안의 성과로 서울의 주요의과대학이 시신기증이 충분할 만큼 시신기증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서 각 의과대학이 자신들의 대학에 직접 시신기증 등록한 경우만 시신기증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본부는 우리를 믿고 시신기증 등록을 하신 7만여 명의 뜻을 지켜드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시신기증 운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최근 본부는 다시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우리를 믿고 각막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신 분이 무려 100만 명(전체 서약자는 144만 명)이 넘는데, 현행대로 각막기증이 기증인과 유가족의 불폄함을 초래하여 원활하지 않게 진행된다면, 144만명의 각막기증 희망등록자들이 앞으로 실제 각막기증을 하게 될 시 그 소중한 약속을 지켜 드릴 수 없게 될 것 같다는 걱정”이라며, “공공 아이뱅크 도입을 통한 각막기증 활성화는 각막기증 희망등록자 144만 명의 숭고한 뜻을 지키는 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장기기증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사례발표를 통해 각막이식인 노기자는 “하루 빨리 우리나라의 각막기증이 활성화되어서 많이 가진 사람이나 적게 가진 사람이나 누구나 평등하게 이식의 기회가 주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바랐고, 각막기증등록자 이선영은 “기증을 할 수 없는 현재 시스템 때문에 저와 저희 가족처럼 각막기증을 포기하는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기증을 결정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각막기증을 권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앞으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진탁 이사장은 “톰몬 회장이 ‘미국은 365일, 항상 각막이식 대기자가 0명이다. 각막이식을 받기 원한다면 언제든지 기다리지 않고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라는 말을 전해듣고,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하루 빨리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정착되어 각막이식을 원하는 이들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각막이식대기 환자는 2,176명(2018년 기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각막기증을 통해 수술이 된 건은 311건(뇌사기증자 245건, 사후기증자 66건)에 불과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에 비해 기증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해외로부터 수입된 각막으로 수술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각막이식 현황에 의하면 지난 2017년 국내 각막이식 대기 환자는 2,122명이었고, 같은 해 뇌사기증자로부터 기증된 각막은 275건, 사후 기증자로부터 기증된 각막은 82건으로 국내 기증자에 의한 각막이식 수술은 총 357건이 진행됐다.

이에 비해 해외로부터 각막을 수입해 사용한 것은 414건으로 국내 기증자의 각막기증 건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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