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한국교회 주요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변승우 목사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전격적으로 가입을 허락한 일로 또다시 시끄럽다. 이로 인해 순풍에 돛단듯하던 한교연과의 통합에까지 급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되자마자 변승우 목사에 씌어졌던 이단의 굴레를 벗겨주었다. 전 목사가 극우성향의 집회에 변 목사를 자주 단상에 세우는 등 그동안 상당한 친분을 과시해 왔기에 예상치 못한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교회 안에서 이단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한기총은 변승우 목사가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 그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일부 목회자들과 언론에 의한 ‘조작’되었기 때문이며, 이를 바로잡는데 하등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규정한 이단 중 상당수가 소위 ‘이단 감별사’로 불리는 몇몇 인사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어 이들에게 찍히면 멀쩡한 사람도 하루아침에 이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게 이단으로 몰린 목사들을 제대로 평가해서 바로 잡아주는 일이야말로 정당하고 옳은 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한기총의 이런 주장은 이단 해제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논리라고는 하나 매우 위험해 보인다. 만일 한기총이 정말 이단성이 없는데 피해를 보고 있는 이단 연루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이단으로 조작한 증거를 찾아내고자 한다면 최소한 제대로 된 연구와 검증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의 연구보고서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된 것인지 그 신학적 허점과 의도성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런데 이번에 변 목사에 대한 이단 해제 결정 과정을 보면 절차적 정당성조차 찾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한기총 이대위가 이단연구가인 정동섭 교수의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변 목사에게 이단성이 없다고 발표한 것까지는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 그러나 정 교수가 하루 만에 돌연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문 발표와 함께 한기총을 탈퇴하고, 이어서 이대위원장 마저 여론의 질타를 이기지 못하고 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한기총은 일단 검증절차를 중단하고, 언론에 납득할만한 설명과 함께 문제를 수습한 후에 다시 검증 절차를 진행해도 늦지 않았다. 그런데 전광훈 목사는 주말인 지난 9일 이대위원장을 교체하고 전격적으로 변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했다. 결론을 이미 내려놓은 상태에서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고 의심이 갈만한 대목이다.

한기총이 변승우 목사를 서둘러 이단에서 해제하고 이토록 빨리 가입을 허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여러 구차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그만큼 변승우 목사가 꼭 필요했다는 말 외에 달리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한기총이 변 목사가 속한 예장 부흥측에 대한 가입을 승인한 그 임원회에서 기독자유당과의 MOU를 체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기총은 자신들이 변 목사에게 씌워진 이단 굴레를 벗겨줬으니 그에 합당한 청구서를 보낼 것이고, 변 목사도 현재로서는 그만한 부담은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서로에게 윈-윈이 될지, 독배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한기총이 변승우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했다고 한국교회가 이를 받아들이고 공인해 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한기총으로서는 이를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가겠지만 장차 그것이 변 목사를 이단에서 풀어주고 받을 청구서 내역보다 더 큰 족쇄로 돌아올지, 또 변 목사에게는 한기총이 일사분란하게 벗겨준 굴레보다 몇 배 더 무겁고 가혹한 굴레가 씌워질지 누구도 앞길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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