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길 목사

송정림 작가의 글이 너무 좋아 이를 인용해 글을 싣는다.

오늘도 집 현관문에는 또 누룽지가 한 봉지 걸려 있다. 이 녀석이 또 다녀갔다는 것을 느낀다. 며칠에 한 번씩 현관문에 누룽지를 걸어놓고 가는 친구, 벨을 누르면 괜히 귀찮을까 봐 살짝 누룽지만 놓고 가는 그 친구는 내가 잘 아는 지인의 군대 친구이다. 그 친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한동안 건물 주차요원도 하고 대리기사 일도 하면서 지냈다. 요즘에는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데, 식당에서 나오는 누룽지를 챙겨다가 매번 현관문에 걸어놓고 가는 것이다.

“이제 그만 가져와. 내가 미안하잖아”라고 말하면 친구는 말한다.

“누룽지도 안 받으면 나는 너한테 뭘 해준다냐? 내 기쁨을 빼앗지 말어라이”

지인의 아내는 남편의 스웨터를 사러 갔다가 남편의 누룽지 친구 생각이 나서 한 벌 더 샀0다. 그 스웨터를 받아들고 “나 같은 친구도 친구라고…… 뭐 이런 걸……” 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누룽지 친구에게 지인의 아내가 말했다.

“우리 남편이 늘 말해요. 친구 중에 가장 훌륭한 친구라고요.”

최근에는 집 현관문 앞에 놓아두는 물건이 하나 더 늘었다. 산에 다니기 시작한 후로 고로쇠 물까지 놓고 가는 것이다.

“어건 또 뭐냐?”

“그것이 고로쇠 물인디 건강에 왔다여! 꾸준히 먹어봐라이. 건강해야 오래 보고 살 것 아니여!”

지인은 누룽지 친구가 놓고 간 고로쇠 물을 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밥을 먹고 나 후 오래오래 뜸을 들인 자리에 남는 구수한 누룽지, 뭉근한 불에서 오랜 시간 익어가는 누룽지, 한입 떠먹으면 몸보다 마음에 먼저 평화롭고 따스한 기운을 보내주는 누룽지, 그래서 몸보다 마음이 먼저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누룽지……, 친구는 그렇게 누룽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 문제는 오늘 누룽지 같은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삭막한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누룽지 같은 친구가 절실한 것이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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