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 형 목사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주님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어느 때보다 절제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 기간 우리 기독교인들은 회개와 묵상, 절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

사순절은 40일간 이어지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부활로 이어지는 복음의 핵심으로, ‘나보다’ ‘예수님’을 위한 절기이자, ‘예수님’을 위해 내가 변화되어야 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금의 사순절은 그 의미가 퇴색되어도 너무 퇴색됐다. 부활주일은 나름대로 잘 지켜지고 있지만, 사순절은 온전히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과거 사순절 묵상집을 펴내 성도들이 사순절을 온전히 지키도록 독려하고, 교회별로도 특별새벽기도회와 금식기도회 등을 열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한 모습은 축소되어 버렸다. 성도들이 불필요하게 소비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피고, 가족 모두 금식을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이 이뤄지도록 도운 교회의 역할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사랑의 헌혈 운동을 비롯해 소외된 이웃 돌보기 등 경건과 절제, 나눔의 행사가 주를 이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다른 때는 몰라도 사순절만큼은 경건과 절제의 삶을 실천에 옮기려는 모습들이 오늘에 찾아보기 힘들다.

마치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사순절을 잃어버린 듯하다. 경건과 절제라는 단어가 무색하리만큼, 여전히 각 교회와 교단, 연합기관은 호화로운 장소에서 행사를 갖고 있다. 차라리 그 비용을 절약해 주변의 소외된 이웃에게 나누는 모습을 보이면 한국교회의 이미지 고취에도 도움이 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디까지나 교회 울타리 안에서 사순절을 지키면 된다는 심보다.

성도들도 역시 그저 교회에서 사순절이 이러저러하니 잘 지키기 바란다는 설교 내용을 머릿속으로만 이해할 뿐,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저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에 모두 출석했기 때문에 사순절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교회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크리스천과 비크리스천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경건과 절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금식은커녕 오히려 비싼 고급 식당에서 배부르게 먹고,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TV오락프로그램에 배꼽 빠지게 웃는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빠져 성경 한 구절을 읽는 것도 포기해 버린다. 사순절임에도 별반 다르지 않게 생활하면서 단지 교회에 출석을 빠지지 않았기에 ‘문제없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기관마저 제대로 모범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마다 입으로는 부활절 연합예배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3-4개로 찢어져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올해도 역시 그 전철은 그대로 밟아갈 예정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는 물론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지 않는데, 누가 사순절 예수그리스도의 길을 함께 걸어가겠는가. 단지 보여주기식 예배만 드린다고, 예수님이 보시기에도 잘했다고 할지는 대답하지 않아도 답을 알 수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비록 부활주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사순절을 온전히 지켜 나가길 바란다. 남은 기간만큼이라도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저마다 맡은 자리에서 경건과 절제된 삶을 영위하길 소망한다. 한국교회가 세속적인 욕망과 형식적 예배주의에서 벗어나 진정 삶 가운데에서 예수그리스도와 동행하길 기대한다.

예장 합신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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