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변명1].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물으셨다. “왜 따먹지 말라는 열매를 먹었느냐?” 아담의 대답이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이브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브에게 물으셨다. “뱀이 먹으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변명2]. 모세가 하나님께로부터 계명을 받기 위해 시내산에 올라가 있을 때이다. 40여일 가까지 소식이 없자 그 사이 산 아래 백성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아론에게 나아가 우리를 위해 신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아론은 백성들에게 금귀고리를 가져오라 해서 그것을 녹여 금송아지를 만들어 준다. 백성들은 금송아지를 향해 ‘우리를 인도하실 신이시다!’며 기뻐한다. 백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본 아론은 금송아지를 위해 단을 쌓고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고 백성들로 하여금 그 앞에서 먹고 마시고 춤을 추게 한다. 산에서 내려온 모세는 이 장면을 보고 진노한다. ‘형님이 어찌 이럴 수 있는 거요!’ 아론의 대답이다. ‘내가 금송아지를 만든 게 아닐세. 백성들이 내게 가져온 금귀고리를 불에 던졌더니 금송아지가 나온 걸세!’(출 32:24).

[변명3]. 이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변명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후 반민특위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해방정국의 반민특위가 국론분열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당시 이승만 정권이 반민특위를 무력화시켜 친일청산을 못하게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시민사회와 학계로부터 거센 반발이 이어진 다음날 나경원 대표는 더욱 분명하게 말했다. “반민특위 활동이 잘 돼야 했지만, 결국 국론 분열을 가져왔다.”고 이번에는 독립유공자 후손 600여명과 금년 101세인 애국지사 임우철 옹이 국회에 나와 “역사 왜곡”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임 지사에게 편지형식의 답변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로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을 색출해서 전부 친일로 몰아세우는 이 정부의 ‘반문특위’를 반대한 것”이라고. 반역사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기 입으로 두 번이나 분명하게 했던 말을 단지 발음 기호만을 바꿔서 변명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변명을 두고 궤변이라고 했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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