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성 길 목사

 두 딸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그 중에 둘째 딸은 자폐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둘째가 어릴 적 자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일을 그만두고, 둘째를 돌보며 지냈다. 그러느라 첫째 딸은 거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혼자 컸다. 첫째가 1등 성적표를 가지고 와도 둘째에게 신경 쓰느라 칭찬 한번 못 했고, 첫째가 실연을 당하고 온 줄도 모르고 둘째로 인해 깔깔 웃었다.

첫째의 가슴이 얼마나 썩어들어가고 있는지 모른 채 "너는 건강하니까 네가 알아서 좀 해, 자꾸 징징거리지 말고"라며 타박하기 일쑤였다. 둘째 보기도 벅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대학생활을 잘하던 첫째가 쓰러졌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희귀한 병명에 그녀는 자기 가슴을 탁탁 쳤다 의사의 말로는, 그 병은 전적으로 스트레스에서 온다고 했다. 첫째를 병원에 입원 시켜 놓고 병원에 가져갈 짐을 챙기러 첫째의 방에 들어섰다.

둘째를 돌보느라 첫째 방에는 언제 들어와 봤는지 기억조차 없었다. 책상 서랍에서 이것저것 꺼내 가방에 담는데 일기장이 보였다. 집안 분위기 때문에 칭찬도 듣지 못하고, 숨긴 1등 성적표, 차라리 내가 아플 테니 둘째를 낫게 해달라는 기도, 벌 받을 일이지만 내가 둘째와 입장이 바뀌어도 좋겠다는 토로들이 일기장에 그대로 쓰여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 장을 읽고 그녀는 기어이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그 애가 내 동생인 것이, 내가 그 애의 언니인 것이 고맙다고, 왜냐하면 동생은 나에게 온 인연이고, 그 인연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예쁜 글씨로 쓰여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딸의 일기장을 가슴에 품고 오열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그 말만 나올 뿐이었다.

그녀는 둘째를 남편에게 맡기고 병원에서 첫째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첫째와 병원에 있는 몇 개월이 그녀에게는 신의 선물처럼 느껴졌다. 병원 밥이지만 첫째에게 밥을 챙겨 주는 것이 얼마 만인지도 까마득 했다. 아파서 누워 있으면서도 계속 둘째 걱정을 하는 첫째 머릿결을 가만가만 넘겨주며, 이렇게 착한 딸을 내게 주셔서 고맙다는 기도를 하나님께 드렸다. 살면서 순간순간 버겁게 느껴지는 짐, 모두 사랑하는 인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또 그 인연 덕분에 행복하다.

서점 앞을 지나가다가 대형 글판에 쓰인 글이 눈에 들어 왔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나에게 온 인생의 무거운 짐, 그러나 가장 행복한 인생의 덤, 그것은 가족이다. 분명 가족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며, 창조적 섭리이다. 그래서 가족은 서로를 위하며, 어렵고 힘들더라도 인내한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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