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종 문 목사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물질문명의 발달은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를 만들어 냈다. 우리는 5년 전 304명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한다. 아직도 부모에게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학생이 있다.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은 수면위로 올라와 목포 신항에 안착됐지만, 풀지 못한 실타래가 너무 많아 미완의 사건으로 남아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죽임’을 당한 학생들의 한은 오늘도 하늘을 향해 절규한다.

이들의 ‘한의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는데도, 책임지는 가해자는 없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도, 돌아오지 못한 생명과 아직도 책임자 처벌 등 미완의 사건으로 남아 ‘죽임당한 자’들의 ‘한의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죽임 당한자의 고통과 슬픔, 아픔을 외면한 정치인과 목사들의 막말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5년 전 기독교계 인사의 막말은 생명의 존엄성을 망각한 보수적인 교회지도자들의 의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시 H연합기관의 공동부회장인 조모 목사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면서,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들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면서 지나갔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를 못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다 백정이다”고 말해 국민적 분노를 샀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의원과 정진석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막말을 쏱아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차 전의원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쳐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고 했다. 정진석 의원도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고 적은 뒤, "오늘 아침에 받은 메시지"라고 했다.

차 전의원과 정 의원, 그리고 조모 목사의 막말은 하나님의 생명윤리에서 이탈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정치인과 목회자의 행동이다. 보수적인 목회자와 교인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폄훼하는 글들을 SNS를 통해 퍼 나르기에 바빴다. 세월호 참사 5년이 지난 오늘, 추모식 및 추모예배에서 극단적인 대립이 반복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중심에 교회가 있다. 이들은 ‘죽임당한 자’의 ‘한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렇다 오늘 우리사회와 교회는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에 갇혀 인정이 메말라 버렸다.

이웃의 아픔에 함께 동참하고, 슬퍼할 줄을 모른다. 올해도 한국교회는 부활의 계절을 맞았지만, 죽임당한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맞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교회는 죽임당한 자의 ‘한의 소리’를 듣고 행동하지를 못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있는 곳으로 나가야 한다. 아이들을 세월호 참사로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시키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듯이 섬겨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다. 이웃의 아픔과 슬픔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예장 통합피어선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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