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겉으로는 남루하지만
속은 뜨겁다

제각기의 꿈은 다 있었다
이름도 있었다
그동안 살아온 忍苦
속에 꽃이 피고 있었다

오직 하늘을 향해
받드는 마음
겨울이라도 춥지 않았다
다시 살아날 생각에 차있다

-시선집 『迎日灣을 바라보며』

* 이성교 시인
중앙대학교 대학원(국문학). 성신여대 인문대 학장, 명예교수.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초대회장.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장역임
월탄문학상. 현대문학상. 중앙대문학상

▲ 정 재 영 장로

시창작에서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정서(관념)으로부터 도피’라는 엘리엇의 말이다. 다른 말로하면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지 말고 실재(존재하는 사물)으로 드러내라는 뜻이다. 이 드러내는 것을 이미지 작업(형상화)이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시란 관념의 형상화작업으로, 이 작품은 관념인 신앙이나 자기의 속마음을 겨울나무라는 눈에 보이는 사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사물을 비유에 그친다면 사물시(physical poetry)가 되지만 철학이나 종교로 옮긴다면 소위 형이상시(metaphysical poetry)가 된다. 이 작품이 그런 좋은 예시가 되는 경우다.

이 작품은 마지막 행이 결론이다. 꿈꾸고 있는 부활신앙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나무가 새봄이 오면 다시 원모습으로 회복되어 돌아오듯, 화자의 믿음을 겨울나무에 빗대어(비유하여) 그리고 될 것으로 스스로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연부터 그런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마치 오랜 세월이 지난 겨울나무는 외양이 남루하게 보이나 그의 정신은 추위와 달리 더욱 뜨거운 상태임을 알게 해준다.

2연에서 구체적으로 앞의 진술을 확장시켜 주고 있다. 이미 봄의 이미지인 꽃이 피어 있다. 화자는 계절을 초월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암시해준다. 그 꽃이란 인고로 피운 결과물이다. 자연의 꽃은 시간이 가면 자연히 지고 말지만 시인 마음속에 있는 꽃은 세월이 만들어준 상상의 꽃이다.

마지막 연에서 그 꽃을 피우게 된 연유를 말해주고 있다. 그 꽃의 속성은 믿음의 꽃이다. ‘하늘을 향한 마음’에서 생긴 소망의 꽃이다. ‘다시 살아날 생각’이라는 믿음에 대한 확신을 말해주고 있다.

예시는 종교시도 천상적 이미지를 지상적 이미지로 치환시켜야 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신앙시의 전범과 같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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