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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주 교수] 유월절 ‘떡’과 교회의 분열
김창주 교수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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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08: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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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창 주 교수

 이스라엘은 이집트로부터 해방을 기념하는 유월절에 독특한 관습을 지켜온다. 그 당시 긴박하게 탈출해야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의식으로 ‘누룩을 넣지 않는 떡’을 먹는 것이다. 이른 바 ‘마차(הצמ)’ 곧 무교병을 가리킨다. 서둘러 먹고 이집트를 떠나야했기 때문에 누룩을 넣어 충분히 발효되지 않는 빵을 먹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정황을 반영한다. 유월절 축제가 벌어지는 일주일 동안 무교병과 함께 희생양의 고기, 그리고 쓴 나물 등을 먹는다(출 12:8). 그러나 누룩이 들어간 빵을 먹거나 단 한 톨의 누룩이라도 집안에서 발견되면 안 된다. 만약 유교병 ‘하메츠’(ץמח)을 먹을 경우 누구라도 이스라엘 회중으로서 자격을 잃는다(출 12:15,19). 이스라엘 최대 명절에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전통의 핵심이다.

훗날 나사렛 예수와 그의 제자들도 유월절을 준비하고 음식을 함께 먹는다(막 14:22-25; 마 26:17-30; 눅 22:7-23). 예수는 ‘떡’을 들어 축사하고 제자들에게 나눠준다. 과연 그 떡은 유대인의 관례에 따른 무교병이었을까? 고대 그리스어로 번역된 구약성서 <70인역>은 무교병 ‘마초트’(תוצמ)를 아주모스(a;zumoj)로, 유교병 ‘하메츠’를 아르토스(a;rtoj)나 주메(zu,mh)로 구별한다(레 7:13; 23:17; 신 16:3). 세 복음서와 바울 서신에서 예수가 축성한 ‘떡’은 뜻밖에도 그리스어 ‘아르토스’다. 누룩이 들어있는 유교병이라는 의미다(막 14:22; 마 26:26; 눅 22:19; 고전 11:23). 그러니 예수와 제자들은 유월절에 먹어야할 무교병이 아니라 누룩이 든 떡(a;rtoj)을 함께 나누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의 아르토스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자세히 보면 히브리어 ‘마초트’는 무교병의 복수형으로 기록되어 있고 복음서에서 예수의 ‘떡’은 ‘아르토스,’ 곧 유교병의 단수형이다. 여기에 두 가지 점이 엇갈린다. 하나는 출애굽기의 유월절 떡은 복수이나 복음서에서는 단수로 표기되었다는 사실과, 다른 하나는 무교병과 유교병의 차이다. 전자는 이스라엘이 유월절 축제 동안에 먹어야할 음식이기 때문에 복수형을 취한 것이고 복음서의 유월절 식사는 예수 자신을 상징하는 유일한 떡이기 때문에 단수라고 보면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누룩의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예수의 식사에 등장하는 유월절 ‘떡’이 유교병이라면 유대교 전통에서 벗어나는 행위로서 이스라엘에서 제명될 수 있는 위법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예수와 제자들의 식사는 메시아 과업 완수를 앞둔 최후의 만찬이라고 해야 옳다.

1054년에 일어난 ‘교회의 대분열’(the Great Schism)은 성찬식의 빵에 관한 논쟁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바로 직전 해 동방교회의 수도사 레오(Leo of Ohrid)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케룰라리우스(Michael Cerularius)에게 보낸 편지에서 서방교회가 누룩이 없는 빵을 성체성사에서 사용한다며 비방한 것이다. 그러자 로마 교황 레오 9세(Pope Leo IX)는 케룰라리우스에게 “교황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는 이단이며 사탄”이라며 발끈하였고 양자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놓이게 되었다.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이듬해 양측은 상호파문을 선언하고 세계교회는 화합할 수 없는 분열의 길로 들어선다. 이와 같은 갈등을 겪으며 동방교회는 누룩을 넣은 빵을, 서방교회는 누룩이 없는 빵을 사용하며 각각 신앙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1965년 12월 7일 로마 가톨릭 교황 바오로 6세와 동방정교회 세계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는 1054년의 상호 파문을 철회하였다.)

그러나 성찬식의 떡에 대한 논쟁은 또 한 차례 교회의 분열을 예고한다. 중세 유럽을 뒤흔든 교회개혁은 면죄부와 성물 판매, 성직자의 타락 등으로 인하여 촉발되었으나 성찬식의 ‘떡’에 관한 신학적 인식의 차이가 여러 형태의 개신교회를 탄생시킨 것이다. 서방교회는 성찬식에서 축사하는 순간 그리스도의 몸이 된다는 화체설(Transubstantiation)이 일찍 정립되었으나 16세기 개혁자들의 관점은 사뭇 달랐다. 루터는 그리스도가 ‘(떡과) 함께, 안에, 그리고 아래에’ 현존한다는 의미로 공재설(Transubstantiation), 츠빙글리는 떡이 곧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실을 기념하는 상징설(Symbolism), 칼빈은 성찬식을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하신다는 영적 임재설(Spiritual presence) 등을 내세워 신학적으로 다른 관점을 보인 것이다. 이로써 루터교, 구세군, 개혁교회 등으로 각각 나뉘었다. 이와 같이 유월절의 무교병, 곧 성찬 예식의 ‘떡’과 잔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하나이던 세계교회를 동서로 가르고, 다시 개신교의 여러 분파들을 낳은 것이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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