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한 긴급 식량지원에 종교계가 발 벗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도 자꾸만 꼬여가는 상황에서 종교계가 앞장서 대승적 차원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나섬으로써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차원이다.

현재 북한은 심각한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13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이고,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핵 문제로 인한 유엔의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도 선뜻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국가가 없는 게 문제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자 급격히 냉각된 남북관계 속에서 부정적인 여론의 확산을 경계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핵 폐기를 실천에 옮기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하거나 매듭을 풀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러니 정부로서도 아무리 북한을 도와주고 싶어도 뾰족한 묘안이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민간 차원이라도 국민적인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모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는 와중에 북한이 보란 듯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재개함으로써 남북 긴장완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직접 쌀을 지원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식량난과 그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에 우려하면서도 그 직접적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의 정례검토회의에서 서방 국가 대표들은 북한에 “군사비 지출보다 주민들의 민생을 먼저 챙기라”고 촉구했다. 식량난이 심각하다며 유엔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면서 한편으론 값비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러한 때에 통일부 장관이 최근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 대표들을 잇달아 만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통일부 장관이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불교는 조계종과 천태종 총무원장 등 대표성이 있는 인사들을 만난 것과는 달리 기독교는 특정 대형교회 원로와 담임목사를 간담회 자리로 불러 대북 지원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월17일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등을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만났다. 이들 교회의 교세가 크고 막강한 힘을 가졌으니 장관이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두 교회는 공교롭게도 이러 저러한 문제들로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기독교 연합기관이 두 개에서 세 개, 다시 네 개로 쪼개져 그 어떤 곳도 뚜렷하게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통일부가 당장 대북 지원의 실질적 효과를 내기 위해 대형교회에 SOS를 보낸 것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아무리 급하다고 특정 교회에 손을 내미는 듯한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정부와 교회는 과거의 무조건 퍼주기 식을 답습하기보다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대승적 차원에서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 협력하고 공조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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