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용화 목사.

따사로운 햇볕은 내리쬐는데,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은 여전히 차가운 겨울인 듯하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기념일이 즐비하고, 여기에 각종 결혼식도 많이 열리는 사랑과 행복이 넘쳐야 할 5월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정의 달이 무색하리만큼, 가족 간 끔찍한 사건이 많은 5월이었다.

의정부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몸에 자상을 입은 채 숨진 것을 아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아버지가 어머니와 누나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선 의처증에 있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모 지자체 의원은 자신의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정말 끔찍한 사건들이다.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인데, 한 가족 간 일어난 사건이라는데 말문이 막힌다.

갈수록 이 사회가 삭막해져 가는 느낌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 이제는 가족 간 발생하는 문제도 그저 모른 채 바라만 볼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성경에는 믿음, 소망, 사랑을 중요시 했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다. 그만큼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도, 입을 것이 모자라도, 사랑이 넘치면 그 고통은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작금의 세상은 사랑이 메말라 버렸다. 눈앞에 있는 물질적 축복에만 혈안이 되어 진정 가득 채워야할 사랑의 창고는 비워두고 있다. 때문에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랑이 넘쳤던 가족 구성원끼리도 시기와 질투, 미움과 증오가 넘쳐흐른다. 누가 가족을 이렇게 내몰았나.

이대로 가다가는 이 사회는 가장 어두운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물질만능주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끔찍한 잿빛 사회가 되어 버린다. 사랑이 사치가 되어 버리고, 이해가 비난거리로 전락해버리는 사회가 되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이 개념은 내가 아닌 우리의 개념으로 확장을 뜻하며, 이웃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 구성원간 사랑과 이해가 넘치면 자연스럽게, 사회도 사랑과 이해가 강처럼 흘러넘칠 것이다.

가족은 어떠한 힘들고 어려움이 와도 서로 웃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 이겨나갈 수 있는 핵심 단위다. 그런 가족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본질마저 흔들린다면 이 사회는 더 이상 밝은 청사진을 그릴 수 없다. 이제 모두가 이웃사촌, 내 가족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관심을 갖고,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도록 노려해야 한다. 내 주변에 정말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가족들은 없는지,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특히 한국교회에 주어진 사명이다.

한국교회가 5월 가정의 달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우리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아픔과 기쁨, 슬픔에 공감하길 바란다.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즐거움, 기쁨, 행복, 은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되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

천안성문교회 담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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