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바람이다

하늘은 비어 있고
땅에는 늘 가득하다
그 사이 오고가는 것들
모두 다 바람이었다

참새로 울던 까치로 울던
무슨 뜻으로 울었던지
말이 없는 죽은 자도
한 때의 바람이었다

새들의 날갯짓도
우리들의 발걸음도
삶을 헤쳐 가는 몸부림
그것도 또한 바람이다

하늘과 땅 사이
새는 날고 개는 잰걸음
금방 지나간 자리마다
한 가닥 바람이 일어난다

- 시집 『모두가 바람이다』에서

*김영훈: 치의학박사. 『월간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종로구지회 회장. 한국치과의사문인회 초대회장. 2011년  <문예운동 대상> 수상

▲ 정 재 영 장로
시를 감상하는데 단순히 의미만을 파악하고자 하면 시창작의 중요한 점을 놓치게 된다. 시에서는 꾸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음률이 외형적으로 들어난 정형시에서 음악성을 중요시하는 것과 달리 현대자유시는 형상화의 선명성을 위해 외형적 형식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려한다. 형상이란 사물처럼 감각할 수 있어야 한다. 형상화를 분명하게(선명하게) 만든다는 말은 사물처럼 감각할 수 있는 표현(꾸밈)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 점은 시는 의도적 기획물이라는 정의를 잘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을 읽기로 한다.

구조상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구조다. 1연과 2연은 과거(기승), 3연과 4연은 현재(전결)라는 시간적 구조(시제)를 가지고 있다.

첫 연은 우주적 총체적 존재를 말한다.

2연에서 참새나 까치는 하늘과 땅에서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이다. 앞 연에서 말한 하늘과 땅 사이에서 오가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객관상관물이다.

3연에서 바람이란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인생의 몸부림임을 밝힌다.

마지막 연의 하늘을 나는 새와 땅을 기어다는 개는 조류와 금수의 총체적 의미의 동원이다. 모든 존재의 삶은 바람으로 그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 바람은 무얼 말하려 하는 것인가. 바람은 감각적 존재이지만 외형상 형태가 없다. 고정성이 아닌 유동성이다. 일정하거나 영구적이지 않은, 무상한 존재양태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시간과 공간에서 변화무쌍한 속성을 가진 허무적 상징이다. 여기서 허무란 염세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즉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실존은 바람과 같다는 철학적, 종교적인 담론을 하고 있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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