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최근 전국버스노조가 결의한 파업은 하부가 이해하지 못한 정책을 상부가 힘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이미 전국 10개 지역 버스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는데도 소관 정부부처는 "노선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외면했다. 이 말은 우리가 뭘 어쩌겠느냐는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결국 '버스 대란'이 현실로 닥치자 요금 인상으로 서민에게 부담을 떠안기고, 조자룡의 헌칼 같은 세금, 곧 정부 지원 등을 내걸고 노조 달래기 시작했다. 이대로 준공영제가 17개시도 전체로 확대하면 그 막대한 재원은 국민의 책임이 되고, 정부는 한건 제대로 정리한 전리품을 챙기게 되는 것인가?

작년 5월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에서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하고, 준공영제 평균 임금을 적용하면 연간 1조3433억원의 추가 소요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또 이 비용은 임금만 고려한 것으로 연료비·운영비 등을 더하면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여기에 이미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 등 7곳의 기사들이 깍인 월 30만원 상당의 급여도 결국 예산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이런 구체적 수치들을 바탕으로 한 예견된 것이 이미 상당히 오래전인데, 주 52시간 근무를 강제규정으로 확정한 이후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정부의 잘못은 피할 길이 없다.

애시 당초 52시간 근로제도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못한 상부의 의지에 의해 강행된 정책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것이 엄청난 사회적 저항을 불러오고 현실적인 경제적 애로로 나타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고, 그 폐해는 점점 더 심각해 질 것이 불보듯이 뻔한 일인데, 정부는 이런 현상을 예견이라도 한 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정상적으로 가고 있다고 강변하는 데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다. 각종 통계 수치, 심지어 정부 기관의 발표에서도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보내고 있는데 유독 정권 상부층만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가슴을 칠 노릇이다.

지금 정부는 각 분야 전반에 걸쳐 공영제 개념 도입에 열중하고 있는 것에 필자는 주목한다. 당연히 공영제는 세금이라는 수단이 뒷받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제도이다. 그래서 정부가 자유경쟁의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공영제에 매달리는 것은 실패한 사회주의 경제의 환상과 이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때문이라고 하면 과도한 지적일까? 자유경제시장에서 공영제란 경쟁의 대상으로 할 수 없는 것들, 자유경쟁에 맡기면 질서 유지가 안된다거나 체제 위협을 가져오는 등의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고려하지 않는 제도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 혹은 모든 재화를 공동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인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정부는 세금에 관한한 인색해야 한다는 것이 통념이요 정상적인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복지 예산도 세금보다도 기부에 의존하는 비중이 더 크게 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세금은 국방, 외교, 교육, 산업, 건설 등 국가적 차원의 뼈대와 근간을 세우고 유지하는 데 쓰이는 것이 원칙이다. 세금이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로 정권에 의해 휘둘러진다면 조세저항은 물론이고 국민의 근로의욕을 근본에서 꺾음으로 인한 불행한 결과를 예견하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이 정부의 사상과 통치 철학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청와대와 집권당이 주관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사적인 부분까지 공영제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국가주도의 사회주의 경제를 지향한다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충부함을 경고한다. 민간을 믿고 맡겨야 한다. 그리고 시장의 원리가 민주적으로 작동하도록 정부는 감시하고 지도하면 충분하다. 우리는 사회주의 공산국가가 아니다. 정부는 민간의 역량을 믿고 국방, 외교, 교육, 산업, 건설 등 국가기반에 전념할 것을 권고한다.

그리스도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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