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제30-1차 임원, 위원장, 총무단 연석회의를 11일 오전 세미나실에서 갖는 등 시국선언문 발표와 관련한 한국교계와 사회의 갖은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독자적 행보를 거침없이 이어갔다.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한바탕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날 현장도 전광훈 대표회장이 또 어떤 발언을 쏟아낼지 관심을 모았다. MBC와 KBS 등 일반 언론은 물론 교계 언론까지 온 신경은 전 대표회장의 언행에 있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생각보다 ‘막말’을 내놓지 않았던 전 대표회장은 이날 자신을 향해 ‘목사직을 관두라’거나,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향해선 불쾌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손 교수를 향해 반기독교적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교회 앞에 공개사과 하라고까지 압박했다.

이와 함께 이날 현장에서는 한기총 비대위 145명의 이름으로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한편 전 대표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데, ‘145명 실체 없는 괴문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의했다. 아울러 시국비상총회를 열어 시국선언문 발표와 관련한 신임을 묻기로 했다.

한기총을 바라보는 한국교회 전체의 걱정 어린 시선과 달리, 여전히 심각한 정치적 색채를 보이고 있는 전 대표회장은 이날 오후에는 프레스센터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뜻이 결코 변하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대형 플랜카드가 내걸린 이 현장은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자리였다. 이곳에는 전 대표회장은 물론 이재오 전 의원과 송영선 전 의원 등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전 대표회장은 또다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올 연말까지 문 대통령 하야를 위한 국민청원 10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 대표회장은 촛불집회 때 1000만명이 모였으니, 1000만명보다 1명이라도 서명자 수가 많으면 문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뿐만 아니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까지 발표했다. 이 서한을 통해 전 대표회장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과 공조해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어 한미동맹도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예수한국, 복음통일을 이루어 내는데 함께해 주신다면 대한민국은 미국과 더불어 중국의 복음화와 민주화를 돕고 세계를 선교하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명하신 트럼프 대통령님의 지도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읍소했다.

이 와중에 더 이상 참지 못한 한 목회자는 전 대표회장을 향해 ‘내려오라’고 외치다가 끌려 나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전 대표회장의 광폭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청와대 앞 분수대로 이어졌다. 이곳에서도 전 대표회장은 문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면서 천막 농성장에서 1인 릴레이 단식에 까지 돌입했다.

하지만 전 대표회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한 시민은 전 목사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따라붙는 과거 ‘빤스’발언을 손 피켓에 적어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 대표회장을 위시한 지지자들은 ‘헌법 파괴! 교회파괴! 동성애 지지! 주사파! 문재인은 하야하라!’는 글귀가 쓰인 붉은 플랜카드를 휘날리며,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의 하야를 끊임없이 외쳤다.

일각에서는 전 대표회장의 이러한 행태로 인해 ‘한기총 해체설’까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당사자인 전 대표회장이 사태를 수습하기 보다는 오히려 ‘침소붕대’ 시키고 있어 한국교회 전체적 이미지 실추가 심각하다는 반응이다. 일부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젊은 교인들이 적어도 10만명 이상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까지 내놓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전 대표회장의 주장이 한국교회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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