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관 목사
제58회 현충일을 엊그제 보냈다. 현충원 마다 모처럼 활기를 띈다. 잊고 살던 귀한 분들을 찾는 발걸음 때문이다. 나라가 백척간두에 있을 때 오늘의 대한민국을 세우려고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들, 그리고 63년 전 6.25사변 37개월 동안에 한강 다리에서, 피의 능선 백마고지에서, 그리고 배수의 진을 치고 마지막 한 뺨 남은 나라를 지켜내려고 낙동강 변에서 숨을 몰아 쉰 위대한 우리의 형님들이 거기 누워있어 오늘을 우리는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허리 잘린 한반도, 남북으로 갈라선지 60년 회갑을 넘기고도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달라지거나 변한 것 없이 갈등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랴! ‘휴전협정’이 체결됨으로써 불꽃 튀는 총성은 멎었지만 남과 북 사이에는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이 설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역사상 이렇게 긴 휴전상태가 지속된 것은 우리나라 경우뿐이리라. 그러니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말이 그르지 않다.

휴전협정이란 말 그대로 전쟁을 우선 멈추기로 쌍방 간에 협약한 것 일뿐 종전도 아니고, 온전한 평화도 아니다. 평화조약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이기에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그런 상황이다. 그것을 실제로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북한의 도발이다. 최근의 일 만도 천안함 피격사건, 그리고 연평해전이 그러하다. 정권 3대 세습이라는 전대미문의 일판을 벌인 북한당국은 체제안정을 넘어 강화가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배고픈 백성들의 시선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궁여지책인지는 몰라도 금년 들어 로켓 실험발사, 그리고 3차 핵실험 등 도발을 계속했다.

이런 도발은 단순히 우리나라를 향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무모한 도전이었다. 유엔에서는 발 빠르게 북한선박에 대한 검문검색 및 나포, 금융거래 중단 등을 무리 없이 결의하였고, 이에 따른 수위 높은 제재가 미국을 중심한 국제사회에서 이루어지자 북한은 “제재는 곧 선전포고”라는 억지주장을 하며 반발을 하더니만 지난 3월에는 휴전협정의 일방적 폐기를 선언하고, 한반도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개성공단의 문마저 굳게 닫아걸었다.

새로 출발한 박근혜 정부는 남북한 신뢰 프로세스를 경색된 남북관계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가시적인 관계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휴화산과 같은 한국전쟁이 언제 다시 불붙을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 하에서 현충일을 보내었다.

“짝꿍이랑 가끔 자리다툼을 할 때에도 이제 우리는 유치하게 금을 긋지는 않습니다. 저학년에서는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는 고학년이고 이제 서로를 이해하며 배려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몇 십 년이 넘도록 그어놓은 그 금 밖에서 서로를 탓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잔인한 금은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더 오래 침묵하고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강서초등학교 5학년 오 다미 어린이의 글 가운데 일부분이다. 과연 우리는 이런 순진무구한 어린이들 앞에서 휴전선을 무엇이라 설명해야 하는 건가? 모처럼 열린 대화의 물고가 평화의 강을 이루기를 바란다.

개혁총회 전 총회장,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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