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연 교수.

어느 병원장의 일기를 바탕으로 6월 어느 날 하루를 연다. 아침 8시30분쯤 되었을 때, 손님 한 분이 찾아 왔다. 80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엄지손가락의 꽤멘 자국의 실밥을 뽑아내기 위해서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노신사는 9시에 약속이 있어서 매우 바쁘다고 하며, 치료를 다그쳤다. 의사는 환자의 바이텔 체크를 하고 나서 의자에 앉으라고 정중하게 권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의사들이 출근하기 전이었다. 노신사를 돌보려면 족히 1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았다. 시계를 연신 들여다가 보며 초조해 하는 노신사의 모습이 안타까워 의사는 자신인 직접 돌봐드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다행히 노신사의 상처는 아물어 있었다. 그래서 의사는 노신사의 상처를 치료하며,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사는 물었다.

“이렇게 서두르시는 걸 보니, 혹시 다른 병원에 진료 예약이 되어 있으신가 보죠”

노신사는 대답했다.

“요양원에 수용되어 있는 아내와 아침식사를 해야 합니다”

의사는 또 부인의 건강상태를 물었다. 노신사는 대답했다.

“아내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의사는 또 물었다.

“혹 어르신이 약속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으시면 부인께서 짢아하시나 보죠”

노신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뇨, 아내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지 5년이나 되었는 걸요”

의사는 깜짝 놀랐다.

“부인은 선생님을 알아보시지도 못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요양원에 가서 식사를 함께 하신다는 말입니까”

노신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의사의 손을 꼭 잡았다.

“아내는 나를 몰라보지만, 나는 아내를 알아 본 다오”

노신사는 치료를 받고 병원을 떠났다. 의사는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노신사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의사는 사랑의 참된 모습, 예수님의 아카페 사랑, 무조건적인 어머니의 사랑을 노신사의 참된 모습에서 찾았다는 기쁨이, 팔뚝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사랑이 메말라 존속 살인이 끊이지를 않고 있는 오늘, 부모를 귀찮다고 세상에 버리고 있는 오늘, 모든 사람에게 참된 사랑을 가르쳐 준다.

참된 사랑은 이 노신사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참된 사랑은 이렇게 주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육체적인 것도, 로맨틱한 것도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있는 그대로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이다. 의사는 주는 참된 사랑을 이 노신사에게서 배웠다. 돌로 만든 떡을 먹고 마음이 돌처럼 굳어버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교훈하고 있다.

오늘 하루 우리들은 마음을 열어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자. 오늘 6월 14일은 ‘키스 데이’라고 한다. 자녀들에게 오늘 만큼은 꼭 안아주며, 참된 부모의 사랑을 가르쳐 주자. 부인을 꼭 안아주면서, 밥을 지어주고, 옷을 만들어 주는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부부의 참된 사랑을 나누어 보자. 그리고 이웃을 향해 마음을 열어 함께 살아가는 인정공동체를 실현하자.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마음이며, 사랑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참된 사랑이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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