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발전연구원(이사장 조일래 목사) 제6차 세미나가 ‘종교와 국가의 바람직한 관계: 공적영역에서 발전적 관계를 위하여’란 주제로 지난 14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조일래 이사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정태식 교수(경북대학교, 정치종교사회학)와 최현종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종교사회학), 이정훈 교수(울산대학교, 법학)의 발제, 전성표 교수(울산대학교, 한국종교사회학회 회장)의 사회로 박종언 목사(한장총 부회장, 사회인권위원장)와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부회장), 최우식 목사(예장 합동 총무)의 패널 토론 및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조일래 이사장은 “한국사회의 종교들은 사적인 종교생활 뿐만 아니라, 공적영역에서도 국가기관들과 이러저러한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국가는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종교적 사회교육 및 봉사기관들에 국가의 방침들을 요청하는 사례가 점증하고 있다”며, “종교는 우리사회의 근대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는데, 이제는 국가인권위로 부터 권고를 듣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종교사회학회와 다른 나라의 사례와 우리 사회의 현재의 모습을 점검하고, 나아가 종교와 국가가 공적영역에서 발전적이며 건강한 관계를 이루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미나와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태식 교수는 “정치와 종교의 관계: 미국에서 나타난 ‘종교의 자유’와 ‘공공성 유지’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정 교수는 종교와 정치, 교회와 국가, 개인이나 종교 단체의 종교적 자유의 한계 등에 대한 논의에서는 합리적 담론을 통한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특히 “종교의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러나 앞서 말한 바대로 종교의 절대적 가치나 이 절대적 가치를 앞세워 제시하는 원칙이 현대사회에서는 수용되기가 힘들다. 다만 수용될 수 있는 것은 종교가 사회의 공공성과 공통분모를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인권문제 등에 있어서는 사회와 종교가 지향을 같이 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종교의 자유 또한 사회가 인정 하는 바”라면서, “개인의 종교를 부정하는 것은 의식의 자유 또는 양심의 자유를 해치는 것으로 공공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개인이나 종교 단체가 내세우는 종교적 자유 행사가 차별을 수반하고, 그 결과 불공정이나 불평등 또는 인권 침해를 가져온다면 그것 또한 공공성의 가치 훼손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종교의 자유와 공공성과의 갈등의 해소는 공적 담론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사회적 차원에서 종교는 합리적 입장에 서서 논의를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종교 사회의 긴장과 공존: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최현종 교수는 현대 사회의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위치를 아우디와 월터슈토프의 논쟁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볼랍-자르와 부르하르트의 국가별 유형 모델을 중심으로 국가와 종교 간의 관계 유형을 둘러봤다.

특히 우리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생각한 네덜란드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기술하고, 나아가 종교와 사회통합의 문제와 관련, 우리 사회에서 한 때 이슈가 되었던 ‘종교평화법’과 유사한 제도를 지닌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부가적으로 살펴보았다.

최 교수는 “20세기의 국가들은 대체로 공적 영역에서 종교의 역할을 제한 혹은 배제하거나, 네덜란드식의 ‘두고 보자(wait-and-see)’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이를 아우디-월터슈토프의 논쟁과 연결시켜 본다면, 아우디의 ‘자유주의적’ 입장에 보다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보우마와 링의 견해와 같이, 산업사회와는 달리 소비사회에서는 종교가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며, 종교적 다양성은 다양한 문화를 통합하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는 긍정적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다원화된 소비사회에서의 종교적 정체성의 중요성은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이슬람의 대두와 함께 나타난 변화와 터키에서의 세속주의 국가의 약화 사례에서도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또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성, 성적 지향성, 민족성 등과 더불어 중요한 정체성의 한 요소”라면서, “21세기는 더 이상 20세기적 근대성의 중요 요소로서의 ‘세속성’의 개념이,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성의 배제가 이루어지기 힘들며, 이는 대부분의 근대국가의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기본권으로서의 ‘종교적 자유’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덧붙여 “어떤 식으로 언급되어지든 소비사회든, 탈형이상학적 사고든, 혹은 포스트모던 사회이든 21세기는 다양성이, 그리고 그 중요한 요소로서 종교적 정체성이 무시될 수 없는 사회”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를 적절하게 조절, 통합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임무라고는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포교를 금지하고 정해진 테두리 안에만 종교를 가두어놓는 인도네시아-싱가포르 식의 제도 또한 21세기적 다양성 사회에는 맞지 않는다”며, “어쩌면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라칭거 추기경이 역설하는 ‘대화’와 ‘경청’이라고 생각한다. 즉, ‘세속적 합리성’을 포함하여 자신의 신앙이 실제로는 보편적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인정과 다른 ‘위대한 종교적 전통들에 기꺼이 경청하는 자세’가 21세기의 다원적 사회를 이루어 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이정훈 교수는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과 국가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 발제했다.

이 교수는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의 개념과 기본권 규범적 성격에 대해 분석했다. 특히 이러한 분석을 논거로 2008년 불교계가 중심이 되어 주장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및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의 위헌성을 논증했다.

이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제기된 정교분리 위반 논쟁이나 종교편향의 사례로 지적하고 있는 사안들이 법적 관점에서는 논리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헌정질서 내에서의 시민사회영역의 확대와 중요성의 증대는 민주주의 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입헌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책임의 증대는 일응 필연적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상과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불교계와 시민사회는 종교•사회적 주장을 개진할 때 더욱 신중하고 분석적인 논의를 담보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의 종교차별관련 입법요구는 법리상 비합리적인 요소가 많고, 대정부 요구의 내용 또한 다소 감정적인 점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교회는 교회와 정치가 분리된다는 왜곡된 정교분리 논리를 수용해 정치적 문제에 교회가 침묵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정교분리는 특정 종교단체와 공권력의 정책적 유착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교수는 “본질적으로 종교의 사회적 순기능을 헌법이 배제할 수 없으며, 교회는 사회와 정치의 소금 역할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며, “무신론에 기초해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사회적 순기능마저도 완전히 박멸하자거나,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종교적 영향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정교분리의 실현인양 오도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서구의 법치와 헌정의 전통은 기독교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으며, 정교분리의 헌법상의 원칙 또한 미국 헌법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다”며, “사립대학의 종교의 자유와 정치인의 종교의 자유가 근거 없는 ‘종교편향주장’ 등에 의해 왜곡되고 침해되는 기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민주적 헌정질서의 발전을 위해 시민사회와 법의 영역에서 요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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