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종 목사.

한 청년이 갑작스럽게 ‘이명’(외부로부터의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귓속 또는 머릿속에서 소리를 느끼는 현상)이 생겨 생활이 불편해졌다. 아무도 없는데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수면에도 방해가 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가짜소리로 인해 진짜 소리까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가짜가 진짜를 덮어버리는 현상이다.

이 얼마나 답답한 상황인가. 그런데 작금의 한국교회가 꼭 ‘이명’ 때문에 온전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형국이다. 요즘 한국교회는 모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의 어긋난 발언으로 인해 한국교회 전체가 싸잡아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개인의 일탈로 선을 긋고 지나칠 법도 한데,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래서 평소 관심에도 두지 않던 교계 연합기관이나 개인, 혹은 원로목사들까지 나서서 한국교회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며 목청을 높이고,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명’이 생겨 생활이 불편해진 청년처럼, 한 사람의 발언이 한국교회 전체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 안에서의 여러 갈래로 나뉜 이러한 행태는 결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일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모 연합기관 대표회장의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다. 현 대통령의 하야를 직접적으로 언급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더욱이 평소 정치적인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낸 것도 목회자로서 옳지 않은 처사다. 하지만 그러한 일탈행위만을 바라보고 그 사람만 없으면 한국교회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그가 그렇게 일탈을 저지르게 만든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도 무시하지 못한다.

사실 작금의 한국교회가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데에는, 어느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세속적이며, 물질만능주의, 개인이기주의 등이 만연되어 왔기 때문이다. 주의 종으로서 헌신하기보다, 교회 위에서 군림하려는 왕의 행태로 존재하길 바랐다. 또 교회의 본질적 가치보다는 교회의 외적 성장에만 혈안이 되어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진실된 소리’를 듣지 못했다. ‘우리’보다 ‘내’가 우선시 됐으며, 나와 ‘다른’ 것은 무조건 ‘틀리’다고 매도했다. 그렇게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교회의 모습에서 조금씩 이탈해 갔다.

갑자기 ‘이명’이 생긴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 빠져 언제까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처럼, 남의 잘못만을 계속 들춰낼 것인지 되묻고 싶다. 잘못을 지적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제자가 잘못을 하면, 스승은 어떠한 부분이 잘못됐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스승으로서 제자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곱씹어 반성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작금의 한국교회도 이 한 목회자의 일탈을 일탈 자체로만 보고 나무라지 말고, 한국교회 전체 위기로 생각해 산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소위 한국교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먼저 나서서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회개하고 각성해 갱신의 한국교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아무리 한국교회에서 모 목사의 돌발행동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고 해도 이것은 마치 본인은 괴롭더라도 주변 사람은 듣거나 느낄 수 없는 ‘이명’처럼, 교회 울타리 밖에서는 올곧은 소리는커녕, 아예 무음에 불과하다. 차라리 이 기회를 반면교사삼아 서로 흠집내기가 아닌 한국교회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이 땅의 ‘진실된 소리’를 듣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지 싶다.

예장 호헌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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