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서울 용산에 위치한 전쟁 기념관에는 눈시울이 자연스럽게 적셔지는 조형물이 있다. 바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한 ‘형제의 상’이다.

군복을 입은 두 형제가 부둥켜안고 있는 동상으로, 실제 6.25 전쟁 당시 국군 소위였던 형 박규철과 북한 인민군 이등병이었던 동생 박용철 형제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형 박규철은 국군과 북한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중 어느 날 북한군 병사 한명이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도망치지 않으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얼핏 북한군의 얼굴을 본 박규철은 깜짝 놀랐다. 그 북한군은 다름 아닌 자신의 친동생 박용철이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박규철은 동생을 만나기 하루 전날에 어머니 꿈을 꿨는데, 어머니가 불효자식이라며 호통을 쳐 엉엉 울다가 깨어났다. 결국 어머니의 꿈은 동생 박용철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 셈이다. 결국 동생의 모습을 확인한 박규철은 북한군의 집중 포화 속에서도 총알을 뚫고 달려가 동생을 안고 구해왔다.

이 얼마나 처절한 한반도의 역사인가. 형제임에도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는 전쟁의 참혹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민족이 서로를 죽이겠다고 으르렁되며 싸운 것도 모자라, 부모, 형제, 자매가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으로 남아 69년의 세월이 흘렀다. 도대체 언제까지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허송세월을 보내기만 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우리는 ‘형제의 상’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한 형제인 남과 북은 더 이상 분단의 아픔에 얽매여 있지 말고, 화합과 일치의 길을 걸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 처했어도 서로 얼싸 안으며, 하나가 되어야 한다. 남과 북은 박규철, 박용철 형제처럼 총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인 평화통일의 단초를 놓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남북미 3국의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자칫 멈춰버릴 수 있었던 남과 북의 평화시계가 다시 힘차게 돌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이제 남과 북이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 평화공존체제를 유지하고, 그 누구의 힘도 아닌 오직 남과 북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남북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립적인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한편, 민족번영의 테두리 안에서 대북정책을 고심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교회도 정치적 통일운동이 아닌, 오직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된 형제로서의 평화통일의 다리를 연결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도주의적인 대북지원 사역을 확대하고, 복음으로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쉼 없이 기도해야 한다.

그리스도교회협 증경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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