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 아베 정권이 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리면서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해 WTO 등 국제기구에 제소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 전략을 짜고 있으나 만약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산업의 2차, 3차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아베 정부의 이번 보복 조치는 오랫동안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자 배상 문제 등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상으로 소멸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 대법원이 강제 징용자에 대한 배상 판결과 함께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하자 이에 대한 보복카드를 꺼낸 것이다.

우리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다. 한일 청구권 협상 당시에 일본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정부에서도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당시에 모든 문제가 매듭지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는 엄연히 사법부의 판단인데 이를 양국 무역분쟁으로 몰고 가는 것을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이런 아베의 계략을 어느 정도 간파하고 미리 대비했느냐 하는 점이다. 만약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예측했더라면 통상전문가를 급히 워싱턴에 보내 한일간 무역 분쟁의 중재를 다급하게 미국에 요청하는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과거사 문제에 발목잡힌 한일 외교의 실패가 우리 경제 전반에 위기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나라이나 역사적으로 가장 먼 나라일 수밖에 없는 복잡 미묘한 관계이다. 그러나 전후에 폐허 속에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도움이 절실했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진국 대열에 오른 일본의 경제가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조치는 한일 두 나라 모두에 악영향을 끼칠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 경제보복으로 몰고 가는 아베를 욕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는 우리 정부와 재계, 온 국민이 슬기롭게 이 난국을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일시적이고 감정적으로 분개하고 흥분하는 것은 국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려는 일본의 불순한 의도에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단합된 힘과 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애국심의 발로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시기에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여했던 교단의 총무들과 기관 실무자들이 부활절연합예배시 거둔 헌금 일부를 사용해 지난주에 일본여행을 떠났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여행을 계획했던 상당수의 국민이 거액의 위약금까지 물면서 자발적으로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보도되면서 이를 의식한 일부 교단 총무들은 출국 직전에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총무단 회장을 비롯한 20여 명은 그게 뭐가 대수냐는 식으로 끝까지 일본 여행을 강행했다고 한다.

매번 스스로를 한국교회 90%라고 자랑하던 분들의 우월감에 비춰볼 때 이들의 시대를 보는 의식수준까지 똑같이 높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일까. 지난 7월3일 주요 교단장들이 청와대에 초청돼 대통령 앞에서 기독교가 국민통합에 앞장서겠노라고 다짐했다. 교단장들이 대통령 면전에서 한 그 다짐과 약속과 총무들의 일본여행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때가 어느 때인지 소속교단이 속 시원히 답변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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