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3회 한유성문학상에 백석대학교(총장 장종현) 어문학부 문현미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 교수는 오는 9월 21일 송파구청 4층 대강당에서 열릴 ‘제3회 한유성문학상시상식 & 제8회 콘서트포엠포엠’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을 예정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한유성문학상은 ‘송파산대놀이’와 ‘송파다리밟기’의 무형문화 전통을 이어온 서울 송파의 대표적 인물 인간문화재49호인 한유성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우리 무형재산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출발한 이 문학상은 시단의 미학적 정점에 대한 정치한 검토와 평가를 통해 이제 지역 사회는 물론 한국 시단 전체를 아우르는 문학적 축제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문 교수의 시선집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시월, 2018)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지난 1년간 출간된 시집과 시선집 중 감성과 신앙을 통합해 문학적 위의(威儀)를 무게 있게 보여준 문 교수의 작품들을 탁월한 미학적 성취로 판단하게 되었다”며 “시인으로서의 품격과 작품의 균질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를 받았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한양대)는 심사평을 통해 “그 동안 문 교수는 ‘기다림은 얼굴이 없다’, ‘수직으로 내리는 비는 둥글다’, ‘칼 또는 꽃’,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 ‘그날이 멀지 않다’, ‘깊고 푸른 섬’ 등의 시집을 통해 가장 숭고하고 높은 세계를 희원하면서, 그것의 지상적 실현으로서의 ‘사랑’의 시학을 집중적으로 노래해왔다”며 “문 교수는 지나온 시간에 대해 커다란 인식적, 방법적 열정을 쏟으면서, 대상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시를 써간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놓인 사물과 그에 대한 반응을 시인이 집중적으로 표상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우리 삶의 가장 근원적인 이치에 대한 밝은 눈을 문 교수가 견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유 교수는 “문 교수의 시세계는 섬세한 서정성과 사랑의 시학으로 집중되며, 시인 자신의 기억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사실적 재현에 머물지 않고 대상을 향한 간절한 발원을 매개하는 형식이 되게끔 하고 있다”며 “이번 시선집은 이러한 사랑과 믿음의 형식을 섬세한 언어 미학으로 승화시켜온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준 살아있는 미학적 축도(縮圖)가 아닐 수 없다. 생동하는 감각과 역설의 희망으로 가닿는 시인의 자기 탐구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신성하고 근원적인 것에 대한 사유로 이어져온 문현미 시학의 진화 과정을 명료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 문 현 미 시인

이에 문현미 시인은 “자칫 명맥이 끊어질 수 있었던 소중한 민족 문화를 80여 년간 지켜 내신 인간문화재 한유성님의 헌신 앞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8살 때부터 어깨 너머로 배운 탈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오늘날 송파산대놀이라는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며,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어떻게 불멸의 족적을 남기는지 목도하면서 제 영혼의 바다가 몹시 출렁거렸다. 이럴 때 한 방울의 열정이 바닷물만큼의 이성보다 많다는 파스칼의 말이 떠오른다. 한유성님의 숭고한 예술혼을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그래서 오늘 받게 되는 이 문학상의 무게가 무척 무거운 까닭이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로댕은 그의 예술론에서 ‘사람들은 흔히 이 시대는 어쩌면 이다지도 추악한가. 저 여자는 개성이 없다. 저 개는 못생겼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추악한 것은 시대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며 더 나아가 개도 아니다. 우리들의 눈인 것이다.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눈이 추악한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며, “저 역시 시인의 길을 가면서 줄곧 보는 법을 기르려고 노력했다. 좀 더 깊이 보고, 좀 더 깊이 느끼고 싶었다. 오랜 시간 이런 내면의 담금질을 통해 좋은 시 한 편 쓰고 싶은 소망을 가졌다. 이 길이 멀고 먼 여정이 되겠지만, 시를 쓸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신 분의 손길에 힘입어 기도하며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 교수는 “그동안 시를 쓰면서 독자를 염두에 두거나 예술적 완성도를 기대한 적은 없다. 다만 시를 쓰는 그 자체가 기쁨의 과정인 동시에 고통의 작업이기도 하다. 창작 과정 중에 세계 너머에 숨은 비의를 찾는 기쁨, 세계가 지닌 원형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캐는 설렘이 있는가 하면 세계와 세계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파동을 체험하는 슬픔과 분노도 있다”며, “하지만 제 삶의 궤적은 언제나 시를 쓰는 행위와 시 없는 시적 행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늘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상의 모든 것에 보석 같은 시의 알갱이들이 박혀 있기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하여 온몸으로 캐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문 교수는 “수상은 제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를 느끼게 한다. 마치 산타클로스로부터 받는 뜻밖의 선물 같기도 하고, 목마른 나그네에게 나타난 오아시스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쩐지 새 길을 떠나라는 예술적 도전의 기회로 온다”며,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그 또한 추락한다’라는 묘비명으로 남긴 말씀이 긴 여운을 남긴다. 초연결, 초융합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시인의 길은 어떤 길인가. 이런 질문 앞에서 얼음 정신으로 길을 나선다. 그동안 쌓였던 온갖 껍데기들, 수많은 나의 군상들을 부수고 깨트려서 새로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문현미 시인은 현재 백석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서 도서관장을 비롯해, 보리생명미술관장, 山史현대시100년관장, 한국시인협회 이사, 시사랑문화인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1998년 계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박인환문학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시와시학작품상, 난설헌시문학상, 한국기독시문학상, 종려나무문학상, 한국문학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저서로는 시집 <기다림은 얼굴이 없다>, <칼 또는 꽃>, <수직으로 내리는 비는 둥글다>,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 <그날이 멀지 않다>, <깊고 푸른 섬>,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 등과 번역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사랑 만들기>, <릴케문학선집> 1권-4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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