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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 비에 젖은 꽃잎처럼
소강석 목사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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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3  11: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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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강석 목사.

그 날 오전은 바람이 살랑거렸습니다. 한 여름인데도 조금씩 부는 바람때문에 아주 덥지는 않았습니다. 하늘은 적당한 구름으로 태양을 가려주었습니다. 마치 태양도 저처럼 수줍음을 타는 듯 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니 바람에 풀잎과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월요일 오전 11시 쯤 저는 우리교단 총회 회관에 겸연쩍은 모습으로 도착했습니다. 우리 교회 서광수, 송원중, 김문기 장로님과 저를 사랑하는 몇 목사님들이 영접해 주었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어떤 기자는 1층까지 나와서 저를 환영해 주며 저에게 귀띔해 주는 것입니다.

“소목사님, 전례 없이 최고 많은 기자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만큼 소 목사님께 관심이 많다는 증거입니다.” 처음이라 쑥스럽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상기되기도 했습니다. 4층으로 올라가니까 많은 사람들이 저를 영접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교계 기자들이 저를 에워쌌습니다. 정말 어색하기도 하고 얼떨떨하였습니다.

지난주에는 경기남노회에서 부총회장 단독후보로 추대되자 서광수 장로님이 꽃다발을 가져왔습니다. 그때 저는 서장로님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렸지요. “장로님, 이런 자리에서 꽃다발을 가져오시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서 그 꽃다발을 강단에다가놔버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임원 추대를 받은 분들이 다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었더라고요.

그만큼 저는 아직은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총회 총무와 직원이 저의 서류를 확인하는 동안 옆에 앉아 기다리는 자리가 좀 불편했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제 머릿속에 스쳐지나갔습니다.

“아, 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이름으로 교단이 백 수십 개가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교단이 찢어지고 갈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 총회장을 하려고 하는 교권 싸움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러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내 모습 자체가 혹여 라도 교권의 이미지로 비춰지지 않을까. 나는 정말 그것이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감정조절을 하고 표정관리를 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식사 후 돌아오는 길은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총회회관으로 갈 때는 길가의 꽃들이 방긋방긋 웃는 듯 흔들렸는데 비가 쏟아지니까 비에 흠뻑 젖어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문득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비에 젖은 길가의 꽃들이 유난히도 애처롭게 보였습니다.

마치 그 모습이 저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아, 내가 꼭 이 길을 고집했어야만 했는가. 나도 양보할 수 있었는데, 아니 양보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몇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 분들이 더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이 길은 나의 교권의 욕망 때문이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마침내 하나님께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하나님, 저 아시지 않습니까? 예수 믿는다고 집에서 쫓겨난 후 지금 이 순간까지 저는 오직 예수, 오직 사명뿐이었습니다. 신학교 시절에는 순교하는 것이 저의 소원이었지요. 그러다가 교회를 개척한 이후에는 오직 목양 일념과 교회 부흥뿐이었습니다. 저는 교권의 자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러다 어느 때부턴가 교회 생태계 사역에 눈을 떴습니다. 그 후로 저는 불필요한 이미지 소모를 하면서도 한국교회 공적사역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부총회장 단독후보로 등록하게까지 되었네요.”

순간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눈물의 의미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회 정문에 피어 있는 무궁화 꽃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저 또한 비에 젖은 꽃잎이 되어보고 싶었습니다. 비를 맞고 끝없이 산 녘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제가 총회장이 되고, 그 이상의 위치에서 한국교회를 섬긴다 하더라도 저는 항상 비 맞은 꽃잎이 될 것입니다. 비에 젖은 꽃잎의 심정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교회를 섬길 것입니다. 꽃잎에 달려 있는 물방울은 저녁 늦게까지 저의 눈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이 마르지 않는 한 저의 초심은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

새에덴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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