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 통합재판국이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의 청빙은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총회 재판국이 열리기 전 장신대 학생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목회세습은 성직매매입니다'란 단체피켓팅에 나선 모습.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이 일단은 제동이 걸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재판국(국장 강흥구 목사)은 지난 5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가진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결의 무효소송 재심’ 재판에서 ‘청빙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른 시간부터 자정에 이르기까지 장고를 거듭한 끝에 재판국은 서울동남노회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동남노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에 대한 재심 소송을 인용했다. 청빙결의 무효 판결은 15명의 국원 중 사의를 표명한 1명을 제외한 14명이 의견을 한데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국이 이러한 판결을 내린 데에는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한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등은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헌법 정치 제28조 6항 제1호, 이른바 세습방지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15년 12월 김삼환 목사의 정년퇴임 이후 2017년 3월 위임목사로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의하면서 불거진 명성교회 부자세습의 논란은 2년을 넘겨 일단은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순리대로라면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가 아닌 새로운 인물을 담임목사 자리에 앉혀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재판국의 청빙 무효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언제라도 뒤집어 질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을 둘러싼 판단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계속해서 바뀌었다.

▲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의 청빙은 무효라고 판결을 내린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에서는 2017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이 가능하다고 판결했고, 이에 반발한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교단의 세습금지 조항을 어겼기 때문에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당시 교단 재판국은 비대위의 주장과 상반되게 2018년 8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15명의 재판국원 중 8명이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판결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제103회 교단 정기총회에서는 또다시 결과가 뒤집어 졌다. 재판국의 판결이 헌법해석의 문제가 있다고 문제가 제기돼 결국 재판국의 판결을 취소하고, 재판국원 15명 전원을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은퇴하는’과 ‘은퇴한’의 헌법해석의 차이로 인해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이후에도 몇 차례 재판국이 열리기는 했지만, 판결은 쉽게 나지 않았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김하나 목사의 청빙 무효 판결을 내린 상황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어온 바 있기에 재판국의 ‘청빙 무효’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올 가을 정기총회에서 또 결과가 뒤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명성교회가 플랜 B를 작동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바로 소속 교단인 예장 통합을 탈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총회 재판국의 판결은 모두 백지가 되어 버리고, 명성교회는 부자세습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다만 원하는 결과는 얻겠지만, 명성교회를 바라보는 교계는 물론 사회적 비판에는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교단 재판국의 판단에 명성교회가 앞으로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또 9월 가을총회에서 어떠한 결의가 나올지, 혹은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할지, 아니면 교단의 결정에 순응할 지에 모든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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