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탈북동포 모자가 죽은 지 2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몰랐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정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인정이 메말라 버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서울 관악구의 임대아파트에 살던 탈북동포 어머니 한 모(42)씨와 그의 아들(6)이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2달이 지나도록 이 부자의 죽음을 알아차린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데 국민 모두는 공분를 느낀다. 이 공분은 나를 개방해 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정이 메마른 우리사회를 향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도움을 주어야 하는 관악구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도, 구청직원도, 경찰도, 동사무소 직원도, 관악구의 수많은 교회도, 정부도 이 부자에게 이웃이 아니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 부자의 죽음은 이웃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부자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었다는데 가슴 아프다. 아프리카 빈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부자 나라라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적응을 돕는 거주지보호담당관이 관심에서 벗어났다. 거주지보호담당관은 국내에 들어 온지 5년 이내 북한이탈주민에게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한 번씩 전화를 걸어 탈북동포 실태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또 이 실태조사 결과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국에 정착한 지 5년이 훌쩍 넘은 상태였다. 어머니는 경찰의 방문도 꺼렸다.

생계를 꾸릴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10월 어머니는 전입신고를 하면서, 주민센터를 찾아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기초생활 수급 신청은 하지 않았다. 아이는 만 6살이 넘어 올해부터 아동수당 지원이 중단됐다. 어머니는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10만원의 양육수당뿐이었다. 어머니는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을 것이다. 어린이 집에 맡기자니 ‘탈북자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을 우려도 했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부자가 숨진 채 발견된 임대아파트는 한국에 정착한 2009년부터 적을 두고 있는 곳이었다. 경남 통영에서 머물 때도 서울 관악구 아파트의 임대료를 냈다. 임대료가 밀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매달 16만4000원의 임대료는 보증금 1074만원에서 16개월 동안 깎여 나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임대료가 밀리자 지난 3월 한씨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한씨는 “4월에 아파트에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6월30일 수도검침원이 검침하다가 계량기가 과도하게 올라간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문을 두드려도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자 관리사무소에 있는 입주자 카드에 적힌 휴대전화로 전화했다. 하지만, 그 전화는 한씨의 것이 아니었다. 전화를 받은 이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오래된 아파트였기에 누수 때문에 계량기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달 1일 한씨의 집에 단수 조처를 했다.

한씨 모자의 죽음이 알려진 것은 단수 조처 뒤 한 달가량 지난 지난달 31일, 한씨의 집을 다시 찾은 수도검침원에 의해서였다. 검침원이 집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알렸고, 관리사무소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날 한씨는 주방 겸 거실에서, 아들은 작은 방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집에서 음식이 발견되지 않아 굶주림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이다.

어머니의 또래로 북한을 떠나온 동명숙(43)씨는 “탈북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에는 한계가 있다. 노래방이나 다방 등 유흥업을 하거나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재입북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한계레신문) 이 보도를 대하면서, 이 모자의 이웃은 누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약성경 레위기 19장 9-18절과 신약성경 누가복음 6장 32-36절은 우리의 이웃에 대해서 분명하게 교육하고 있다. 세상은 나를 열납 해 너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랬으면 이 부자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늘 인정이 메마른 사회가 안타깝다.

굿-패밀리 대표•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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