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9월 장로교 정기총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의 잡음이 들린다. 모두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뜻 깊은 순간인데, 하나 된 마음이 아닌 둘로, 셋으로 쪼개진 모양새다. 몇몇 교단은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둘로 갈릴 위기에 처했으며, 몇몇 교단은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아메바식 분열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숱한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건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를 향해 비난의 원성을 날리는 모습이 심히 안타깝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국가는 남북관계, 한일관계, 한미관계, 한중관계 등의 악화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고, 기업과 가계는 유례없는 전 세계적 불황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념의 논쟁은 가뜩이나 남과 북으로 갈린 대한민국을 또다시 잘게 나눠버렸고, 세대갈등, 남녀갈등, 지역갈등,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촛불로 새 희망을 노래했던 국민들은 작금의 현실에 그나마 가지고 있던 소망마저 포기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어두움을 밝혀줄 횃불이 되고, 대한민국호가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나아갈 수 있도록 빛을 비춰줄 등대가 되어야할 한국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권력과 재물에 눈이 멀어 이권만 챙기려 할 때인가, 겉모습만 휘황찬란하게 꾸며놓고 가장 높은 곳에서 군림할 때인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교회는 영육간에 지쳐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외형적 성장에만 눈이 멀어 본질을 망각해버린 흠 많은 한국교회가 아닌, 진정 시대의 푯대가 되어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 국민들, 아니 대한민국이 올바르게 전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 한국교회가 세속적인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로 하나가 되어 위기에 처한 나라의 안전과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교회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혀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과오를 뉘우치고, 오직 하나님 말씀대로 행하는 한국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우리는 여호수아가 가나안 정복 전쟁을 마친 후 각 지파의 영토 분배작업을 하다가 다섯 지파에 영토 분배를 한 뒤 잠시 중단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토 분배를 잠시 멈춘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실로에 모이게 하고, 하나님의 임재 처소인 회막을 세우는 일을 실행한 것을 기억한다.

여호수아는 분명 가나안 정복 전쟁으로 영육간에 지친 백성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요셉 후손들의 불평과 원망 사건으로 인해 이스라엘 내부에 민족적 단합의 끈이 느슨해지고 균열이 일어난 것도 깨달았다. 여호수아는 영토 분배가 먼저가 아닌, 이스라엘 단합과 선민으로서의 민족적 자각이 먼저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숱한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낸 것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 속에서 위아래 할 것 없이 백성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한마음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하나 됨이 절실한 때이다.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의 안정을 위해 내부에서 단단히 결속되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만 혈안이 되어 국가적, 국민적인 위기를 놓치지 말고, 분열되고 깨어진 이 나라와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나서길 기대한다. 특히 영육간에 지친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는 접착제가 되길 소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장로교 총회는 어쩌면 이 나라와 민족 앞에 한국교회가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가 스스로 하나가 될 때 하나님 나라 확장은 자연스럽게 된다. 이 소중한 기회를 헛되이 낭비하지 않길 희망한다.

그리스도교회협 증경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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