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처럼

어떤 자동차 광고 장면에서
멀리 꾸불꾸불 돌아가는 산길을 본 그녀가
소스라쳐 놀란다

저거 뱀이 아니야?

우리가 가는 길
살아내야 할 길

부드럽게 돌고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직면하면 언제나 뱀처럼 꿈틀거리네

멀어지면 아름답고
가까우면 소름돋고

-시집 『너무 아픈 것은 나를 외면 한다』에서

* 이상호 : 교수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한국언어문학과) . 한양대 문화산업대학원 원장(역) 한양대 국제문학대학장(역).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시문학상 등

▲ 정 재 영 장로
광고 화면에 나오는 ‘꾸불꾸불 돌아가는 산길’이 마치 인생의 과정과 같다는 내용을 3연에서 결론적으로 말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길(모습)은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 모두 마치 뱀과 같다는 것이다.

여기서 뱀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통상 뱀은 일차적으로 징그럽다는 이미지를 가진다(마지막 연 마지막 행). 그 말은 교활하고 속임이 뛰어나 악마적인 상징을 말한다. 동시에 긍정적인 면에서는 지혜로움의 상징성을 가진 사물(성경)로 사용되기도 한다. 의료계통에서는 치료의 상징으로 뱀의 형상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미지 원형을 가지고 있는 뱀이 이 작품 안에서는 어떤 의미의 은유인지는 애매하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해명의 단초를 유추할 수 있다. 원근법을 이용하여 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먼 거리에서는 아름다움의 모습으로, 가까운 거리에서는 소름을 돋게 하는 징그러움으로, 서로 상대성을 가진 대상으로 진술한다. 산다는 것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울 수 있지만 살아내는 현재라는 시제에서 보면 소름이 돋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4연에서 삶이란 자연스럽게 지나쳐 버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정작 산다는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면(부드러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생이란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굽이굽이 돌아서 살아가는 것이다.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즉 인생은 목적지에 직선으로 도착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삶이란 돌고 돌아가는 길과 같이 반복적이라는 것이다. 그 반복의 형태도 다양하여 4연 2행에서 말하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뱀처럼 살아가고 있다. 결국 과거의 행적도 현재의 삶을 보면 변화무상한 길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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