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이 제104회 총회를 앞두고 명성교회 문제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총회가 개최되는 포항 기쁨의교회 주변에는 이미 명성교회에 대한 지지와 반대 입장을 가진 수많은 단체들이 관할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마치고 결전의 날을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교계의 시각은 예장통합이 교단적인 조정과 화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오로지 1년에 한번 모이는 총회총대들에게 전권을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덩치 값도 못한다는 비판의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만일 명성교회가 교단의 결의를 명백히 위반했고, 그에 따른 교단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교단은 그에 합당한 치리를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명확한 법리 적용을 근거로 재판을 해야 공정한 법 집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난해 총회에서 재판 결과를 총대들이 번복하면서 공정한 법 규정이 아닌 정치재판, 여론재판이라는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복잡해진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재판국의 명성교회 소송 재심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질지 또다시 뒤집힐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총대들이 재심 재판국의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는 쪽으로 가면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총대들은 자기방어권 차원에서 다시 재재심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명성교회로서는 마지막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단이 존재하는 목적은 산하 교회를 보호하고, 지원하고, 바르게 지도하기 위함이다. 통합이 다른 교단에 비해 유독 이단사이비에 대한 규정을 많이 하는 이유도 그만큼 불건전한 집단으로부터 산하 교회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성교회 문제를 처리하는 교단의 자세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명성교회는 한국교회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단기간에 가장 부흥 성장한 장로교 대표적인 모델교회로 손꼽힌다. 장로교가 시작된 스코틀랜드나 유럽, 130년 전 조선에 선교사를 파송한 미국 장로교회 인사들이 방한할 때마다 명성교회 새벽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그런 부흥의 비결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교단적으로도 명성교회는 막대한 인적 재정적 기여를 해 왔다. 단순히 교회 사이즈가 크다고 아무 교회나 쉽게 할 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명성교회는 부자가 교회의 부와 권력을 세습했다며 세상으로부터 온갖 조롱과 돌팔매질을 당하는데 교단이 적극 보호해주기는커녕 발가벗겨 내쫒기라도 하려는 듯 비정한 배신의 정치판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다. 이런 교회를 세상 욕망의 결집체로만 본다면 당연히 부자 세습은 몰염치한 무임승차요 반드시 근절해야할 적폐가 맞다. 그러나 교회가 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청빙한 후임자가 전임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교회가 개인소유로 등기가 이전되는 것처럼 저주하고 정죄하는 것 또한 교회의 고유권한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요, 장로교 헌법과 정치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월16일 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예장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의 기도회에 서 모 인사는 “이번 104회 총회에서 총대들이 명성교회에 70% 이상 지지를 보내주지 않으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교단을 탈퇴하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총대들에 대한 최후통첩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명성교회나 서울동남노회를 비롯해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교회들에게는 이번 총회가 그만큼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비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교단이 또다시 총대 1500명의 판단에 맡기고 결과가 어찌되나 보자는 식으로 방관한다면 통합 교단의 권위와 리더십의 추락은 물론 교단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자산과도 같은 교회를 잃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단이 이번 총회를 계기로 총회도 살고, 교회도 살리겠다는 적극적이고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다면 ‘원-윈’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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