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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자의 '항아리'(평설 정재영 장로)
정재영 장로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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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8  15: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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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진눈깨비 추운 옷 헐 입이며
나를 꼭꼭 품 담은
고슴도치 등을 하고
기러기 아득한 하늘 밑
장독대 부도(浮圖)가 되는 어머니

- 김광자 제2시선집 『네 삶이 감파랗게 물든 해운다 장산 자락에서』 발췌

* 김광자 시인: 『시와 비평』(1990) 『월간문학』(1992) 등단
윤동주문학상. 펜문학상 등

   
▲ 정 재 영 장로
예시를 중심으로 시 창작에서 이론과 실제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넓게 보면 시와 산문의 차이는 응축과 설명이다. 시는 응축을 위해 설명을 피하고, 사물로 보여준다, 이것을 형상화라 한다. 사물로 바꾸는 것을 변용이라 하고, 은유라 한다. 즉 응축이나 형상화나 상징이나 왜곡이나 모두 변용을 위한 동일한 범주에 들어가는 용어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사물로 바꾸는 작업 곧 변용의 창조성에 있다. 이 창조성에서 컨시트(기발한 착상.寄想)라는 심미 기능을 통해 감흥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런 창작이론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읽어본다.

이 작품은 어머니를 말하고자 항아리를 인용하였다. 즉 어머니의 변용은 항아리요. 항아리의 내의는 어머니다. 쉽게 말하면 항아리를 보니 어머니와 같다는 말이다.

그럼 어떤 어머니일까. 항아리의 어떤 면이 어머니 이미지를 가진 사물이 된 걸까. 진눈깨비 내리는 날 헐 입은(잘 입히지 못함) 바늘의 털로 자식을 보호하는 고슴도치처럼 화자를 보호해준 어머니 사랑을 항아리의 이미지로 담아내고 있다. ‘아득한 하늘’이란 별리의 아픔을 말하는 것으로, 부도(고승들의 사리를 담은 탑)가 된 고귀한 헌신과 희생으로 보여준 모성애를 장독대 항아리로 변용하여 그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 특성의 하나인 깔끔하고 단출한 언어 사용은 이미지의 선명성을 추구하려는 목적에서다.

결국 시란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다. 다른 말로 하면 보이지 않는 관념이나 정서를 눈으로 보이게 만드는 작업, 곧 시각화라 할 수 있다. 시각화는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다른 감각화와 달리 효용성이 탁월하다. 뛰어난 시각화 작업, 즉 언어로 그린 선명한 이미지의 동원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선명하게 만든다. 이 시처럼 시창작의 이론과 실제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작품은 당연히 뛰어난 미학성을 가진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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