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더 이상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비판 할 가격 없다. 한국개신교는 어느 종교단체보다도,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비판해 왔고, 오늘도 강단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를 않고 있다. 담임목사 세습은 수십 년간 한국 개신교의 인습으로 지적돼 왔다. 지난 26일 폐회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제104회 총회가 영성교회 세습을 사실상 허용함에 따라 김하나 목사 세습은 물론, 지금까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세습해온 285교회의 세습목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됐다.

총회는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은 2021년 1월 1일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하되,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1월 12일에 행한 위임식으로 모든 절차를 갈음한다”고 해놓았다. 결국 교단으로써 명분도 살리고, 명성교회로서도 2년 뒤 김하나 목사를 다시 세우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까지 무마시킬지는 지켜볼 일이다.

벌써부터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기독교 시민단체들은 공익적인 종교기관이 아닌 특정 가족만을 위한 사익 단체로 전락할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개신교 법조인 500여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는 통합측 제104회 총회의 결정이 한국교회가 이 세상을 썩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즉각 발표했다.

또한 이 입장문은 “한국교회가 교회 세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졌으나 예장통합 총회는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신대학교 학생들도 총회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세습금지법’이 허울에 불과하다며, 총회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실 한국교회는 명성교회 부자(김삼환 목사- 김하나 목사) 세습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사실상 세습이 결정 나자 대부분의 한국교회 교인들은 ‘실망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가 담임목사 세습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진 세습에 대해서 반대해 왔고, 오늘도 이 같은 입장은 변함이 없다. 북한의 세습에 대해서는 극구 반대하던 목회자들이, 세습에 앞장서면서 한국교회를 썩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북한 세습에 대해 비판 할 자격이 전혀 없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7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 세습된 전국 교회는 143곳에 이른다. 직계 세습이 98곳으로 가장 많다. <뉴스앤조이>는 7월 말 기준 세습교회가 총 285곳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형교회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세습을 단행한 목회자들은 통합측 총회의 명성교회 세습 결정을 지켜보며, ‘세습이 성서적’이라며, 괴변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자신들도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통합측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세습을 사실상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담임목사 세습은 중대형교회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번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많은 교회들이 명성교회 담임목사 세습에 대해 총회의 결정을 관망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13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교단 내에 세습금지법을 만들며 사회 여론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2000년대에 대표적으로 서울 충현교회을 비롯한 광림교회, 소망교회, 금란교회, 강남제일교회서 세습이 이루어졌다. 2012년 충현교회의 김창인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것을 후회한다”고 말해 사회적 파장이 컸다. 분명 담임목사 세습은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교회는 세습 찬성측과 반대측 분열, 교회는 분쟁에 휩싸여 대부분의 교인은 상처를 입기 일쑤다. 이 세습은 중형교회 도미노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는데 안타깝다.

이제 한국교회는 북한 3대 세습을 비판 할 이유가 없다. 비판 할 경우 ‘똥 묻은 돼지가 겨 묻은 돼지’를 나무라는 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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