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지난 9월 18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가 고용노동부 자료 ‘2019년 1~6월 산업재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올 상반기(1~6월) 일터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져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노동자는 총 111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073명에 비해 3.9% 증가한 수치로, 하루에 사업장에서 약 6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79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이 265명, 광업 242명, 서비스업(기타의 사업)이 224명의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50인 미만의 사업장 산재 사망사고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5~49인 미만 사업장이 408명으로 가장 많았고, 5인 미만 사업장이 254명으로 중·소기업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재난·안전사고 사망자 수를 1만1000명가량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장 산재 사망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청소년 자살률과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여기에 산재 사망률까지 높은 나라로 추가됐다. 극심한 경쟁에서 낙오된 이들 그리고 삶의 의욕을 잃고 생을 포기한 이들이 많은 것도 참담한데, 비록 험한 사업 현장일지라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다 죽은 목숨들 또한 부지기수이니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랄 수 있겠는가. 그들 대부분이 ‘위험의 외주화’(실은 ‘죽음의 외주화’이다)로 인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임을 감안할 때 이건 사회적 타살이나 다를 바 없다. 정부는 나름으로 산재 사망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구호에 그칠 뿐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다. 어쩌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당진 화력발전소의 김용균 청년의 사망 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그 외에 날마다 산업 현장에서 죽어나가는 이들은 묻혀버리고 원통함은 순전히 가족의 몫으로 남는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정부, 기업, 국회, 사법부, 학계, 수많은 정규직 등 나라 경제를 운영하는 주체들은 여론이 들끓을 때만 잠시 관심을 기울일 뿐 실재 산업 현장에서 ‘죽음의 외주화’로 죽어나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은 있으나마다. 그러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각자 자기 몫의 과실 따먹기에만 연연한다. 이거야말로 21세기 노예산업국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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