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승 자 목사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어떤 ‘순간’의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긴다.어느 날, 택시 기사가 특별한 콜을 받았다. 여느 때와 같이 콜택시 요청을 받고 해당 주소로 차를 몰고 갔다. 도착해서 경적을 울렸다. 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또 한 번 경적을 울렸다. 역시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택시 기사는 일단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노쇠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손님이 나오기까지 약 20분 정도 걸렸다. 마침내 문이 열렸다. 90살 이상 돼 보이시는 작고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이 현관 문가에 서 계셨다. 손에는 작은 여행 가방이 들려져 있었다. 문이 열린 틈으로 집안이 살짝 보였다. 집 안에는 사람 산 흔적이 싹 지워진 듯 했다. 모든 가구는 천으로 덮여 있었다. 휑한 벽에는 아무 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단지 사진과 기념품이 가득 찬 상자 하나만 구석에 놓여 있었다.

"기사 양반, 내 여행 가방 좀 차로 옮겨 줄래요? 부탁해요."

할머니의 요청대로 가방을 받아 들고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 다시 할머니에게 돌아가 팔을 잡고 천천히 차까지 부축해 드렸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에 택시 기사는 "아니에요. 연로하신 모든 승객은 저의 부모님입니다” 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미소 띤 얼굴로 "굉장히 친절하시네요"라고 말했다. 택시에 탄 뒤, 할머니는 목적지의 주소를 알려주며 시내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가지 말아달라고 하셨다.

"할머니 죄송한데 목적지까지 가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시내를 통과하지 않으면 많이 돌아가게 됩니다."
택시 기사는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택시기사만 괜찮다면, 급할 게 없으니 돌아가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덧 붙이셨다.

"지금 요양원에 들어가는 길이랍니다. 사람들이 마지막에 죽으러 가는 곳 말이죠.“

살짝 놀란 택시기사는 속으로, 할머니가 몹시도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 가셨다.

"의사가 말하길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택시기사는 재빨리 미터기(요금기)를 껐다.

"어디 가보고 싶은데 있으세요. 할머니!“

그 후 두 시간 동안, 할머니와 함께 택시기사는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일하던 호텔을 보여주셨고, 함께 시내의 여러 장소를 방문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남편과 젊었을 적 함께 살았던 집을 비롯해 소싯적 다녔던 댄스 스튜디오를 보여주기도 하셨다. 어느 골목에 다다르자, 천천히 가 달라고 말씀하신 할머니는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그렇게 택시는 한참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할머니께서 말했다.

"이제 피곤하네요. 제 목적지로 가 주세요."

목적지에 도착했다.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택시기사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할머니를 꼬옥 안아드렸다 할머니 역시 택시기사를 꽉 안아 주었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채, 할머니는 택시기사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일생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
 
햇빛중앙교회•본지 후원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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