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진 성 목사

일 년 중 가장 풍성하고 포근한 만추의 계절, 감사의 계절이다. 거리마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산에는 마치 물감을 흩어 뿌린 듯 울긋불긋하다. 한 해의 결실을 수확하기 위해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며, 거둬들인 수확물로 인해 가슴 속 깊이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은혜와 감사가 충만한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분명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이 충만해야 함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부족한가 보다. 이미 자신들이 가진 것들이 차고 분수에 넘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탐한다. 작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감사하지 않고, 더 많이, 더 큰 것들을 끊임없이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항상 메마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주어진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속적인 물질을 탐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갑자기 병이 찾아와 병실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사람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곤 “제발 저의 몸을 낫게 해주세요”, “제발 제가 일어설 수만 있게 해주세요”라며, 온종일 기도하고 울부짖는다. 그러다가 조금씩 차도가 보이면 자신의 일터 사역지가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가족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기도의 제목도 몸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서 변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퇴원을 하는 날에는 자신이 일어서게만 해달라고 했던 기도의 외침은 온데간데없고, 세속적인 것들을 향한 바람과 소망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 흔하게 일어난다.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를 모르고, 오히려 남의 것까지 탐하는 욕심들로 가득하다. 온갖 사건사고들을 살펴봐도 현대사회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입을 것이 없어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흔하지 않다. 대부분이 풍족한 삶 이후에 더 큰 욕망을 사로잡기 위한 행동들에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매일 보도되는 뉴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비단 세상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족하지 못한 삶은 어느덧 우리 교회내부에도 뿌리를 깊게 박았다. 주의 종들이 말씀 위에 군림해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를 대신하고, 크고 화려한 성전 건축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온갖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존경의 대상이었던 목회자가 여기까지 추락한 것은 모두 맘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성도들도 마찬가지다. 예배당에서 울리는 기도소리는 어느새 세속적인 바람들로만 가득하다. 초기 가진 것이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축복에 감사한 마음의 기도는 온데간데없고, “돈 많이 벌게 해달라”, “자식 잘 되게 해달라”, “사업 번창하게 해달라”, “건강하게 해달라” 등 바라고 또 바란다. 이미 충분히 돈을 벌고,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사업도 잘 되고, 건강한 가운데에서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고도비만 같은 기도를 들어주실까. 하나님이 주신 것에 대한 감사는 없고, 인간적 요구사항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고 기뻐하실까. 비만에 걸리면 각종 질병들이 찾아오듯이 우리는 쓸데없는 살을 빼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일 분, 일 초의 소중함과 하루 세끼의 감사함, 따뜻한 입을 것과 쉴 곳을 주심에 감사해야 한다. 당연하다고 한 것들에 대해서 먼저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올해 추수감사절을 맞아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사회 모두가 풍족한 감사의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더불어 작은 것에도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하고, 모두가 충만해지는 살맛나는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

샬롬교회 담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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