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16세기 종교개혁은 종교적 관용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성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온갖 이설들로 뭉치고 흩어지곤 하던 르네상스의 종교적 활기는 마르틴 루터의 카리스마와 도그마 속에 급속도로 종적을 감춰 갔다. 1600년 2월 17일, 그 시대적 분수령 위에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1600)의 화형대가 놓였다. 그는 ‘무한 우주론’과 ‘지동설’의 신봉자였다. 그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일 뿐이라는 코페르니쿠스적 우주론에서 나아가 우주는 무한하고 밤하늘의 뭇 별들이 모두 항성이며, 태양은 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직업군인의 아들로 1548년 태어나 10대에 나폴리에서 고전문학과 논리학 등을 공부한 그는 65년 도미니크 수도회에 들어 24세이던 7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던 아리우스파의 이단 학설을 탐구한 탓에 이단 시비가 일자 76년 로마로 피신했고, 북부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지를 떠돌다 칼뱅주의로 개종했지만, 역시 주류와의 불화 속에 신교 역시 비관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등을 돌린다. 프랑스와 영국 등지를 주유하며 옥스퍼드대 등서 강의하며 자신의 우주론과 신학- 삼위일체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부정, 신비주의적ㆍ범신론적 사고, 마리아의 처녀성 부정 등- 이론을 펼쳤다.

종교재판에 회부 된 그는 무려 8년 동안 심문을 받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예수회 추기경 로베르토 벨라르미노가 사형을 선고하자 “내 형량이 선고되는 것을 듣는 당신들의 두려움이 나의 두려움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는 설이 있다.

그를 과학의 순교자로 보는 데는 이견이 있다. 그의 우주관은 근대적인 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과학과 거리가 먼 신비주의자였고, 마술이나 점성술 등에도 관심을 쏟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지적 탐구와 사상ㆍ신념의 자유, 다시 말해 저무는 르네상스의 어둠을 밝히고자 목숨을 바쳤다. 1899년 빅토르 위고 헨리크 입센, 바쿠닌 등이 로마 캄포데 피오레 광장에 그의 동상을 세우며 쓴 문구가 그러했다. “브루노에게 그대의 몸에 지펴진 불로 시대의 미래가 밝혀졌다.”(출처 : 최윤필 기자. 한국일보 2017. 2. 16)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 등과 거의 동시대 사람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브루노’에게는 이탈리아의 사상가이며 신비술사, 점성술사, 마술사, 철학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도미니코회의 수사로 활동했으나, 후에 칼빈의 개혁주의 신앙으로 개종하기도 하였다..(그러나 이후 기독교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되어 무신론적 범신론으로 기울게 된다) 그는 기독교적 도덕관을 비판하는 한편, 성경은 도덕적 가르침을 위함이지 천문학적 함의가 아니라고 일축하며, 예수는 하느님이 아니라 마법사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 등 기독교의 배척을 받기에 충분한 여러 주장 들을 한 자였다. 그러나 ‘브루노’는 ‘가톨릭’보다는 성경에 더 가까운 우주관(宇宙觀)을 주장하게 됨으로써, 비 성경적 우주관을 주장했던 중세 가톨릭 교황청은 그를 종교재판에 처하였으며, 예수회 사제들은 브루노의 턱을 쇠로 된 재갈로 채우고, 쇠꼬챙이로 혀를 꿰뚫었으며, 또 다른 꼬챙이로 입천장을 관통시키는 등 고문과 함께 화형에 처하였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브루노’가 중세 가톨릭의 비 성경적인 면을, 비판하며, 신념을 지키다가 화형을 당한 순교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근대 합리론의 시원적 개념을 제공한 인물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는 데서 기독교 역사의 아이러니(irony)라 아니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개혁주의 신앙인이 이단, 타종교에로, 이단, 타종교에서 개혁주의 신앙인으로의 변하는이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일고 이는 이념논쟁의 중심으로 빠져들고 이는 기독교 신학, 신앙 등이 후세에는 어떻게 기록되게 될 것인가?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실까? 등에 대하여 숙고하며, ‘성경은 무엇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기도가 요청된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怨讐)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怨讐)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逼迫)하는 자(者)를 위(爲)하여 기도(祈禱)하라(마태복음 5장 43절 – 44절)

 한국장로교신학 학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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