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독일에서 활동하는 사회학자 김덕영 교수(카셀대)는 최근에 한국적 자본주의의 정신과 본질을 분석한 책 <에리식톤 콤플렉스>를 펴냈다. 에리식톤은 신의 저주를 받아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껴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그의 책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0대 경제대국임에도 돈과 물질적 재화를 향한 끝없는 욕망으로 여전히 배고파하는 한국의 병적인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런 병적인 자본주의는 일제강점기의 총독부-지주·상인의 동맹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식민근대’ 시기를 거쳐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근대화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하여 한국의 자본주의는 서구의 자본주의와 달리, 자유노동의 합리적인 조직에 기반 하는 시민적 기업자본주의가 아닌 국가가 민간을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지도받는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으로 구축된 한국 자본주의는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떻게 형성됐을까? 저자는 그 주범으로 국가, 재벌, 개신교를 꼽는다. 박정희 정권으로 대표되는 <국가>가 ‘잘살아 보세’라며 돈과 물질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자극했고, 정주영으로 상징되는 재벌들이 기업 차원에서 ‘하면 된다’며 욕망을 더욱 확장·구현했으며, 여기에 ‘삼박자 구원’의 조용기로 대표되는 개신교가 신앙의 이름으로 무한대의 욕망을 성화(聖化)한 것으로 진단한다. 특히 에리식톤 콤플렉스 전도사로 활약한 개신교는 이를 내면화해서 오늘의 물질적인 교회성장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달랠 진정한 자본주의가 가능할지 그 해결 방안도 제시한다. 첫째, 국가와 재벌의 ‘동맹자본주의’를 해체하는 것이다. 둘째, 집단주의 정신을 근대적 개인주의 정신으로의 대체하는 것이다. 셋째, 개신교가 자본주의 주술사 노릇을 청산하고 영혼의 구원 등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핵심을 짚은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한국 교회가 과연 내면화한 물신주의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을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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