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당신을 만난 것에 감사합니다
함께 해온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당신을 만남으로서 탄생한 생명들에 감사합니다
당신이 곁에 있어서 나의 눈이 트였고
세상이 보였습니다
밤길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함께 걸어온 길은 꽃길
가시밭길도 때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당신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걸어갈 길도
마지막 떠날 그 길도
당신과 함께라면 언제나 꽃길
멀리 있어도
홀로 있어도
당신의 마음과 함께 있으면
그것은 또 언제나 꽃길

▲ 문 현 미 시인
살면서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길 위에 살고 있는 그 누구도 그런 길만을 걸을 수는 없다. 인생이라는 길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꽃길은 먼 길일 뿐이리라. 길을 가다 보면 칼바람도 맞고 눈보라에 휩쓸릴 때도 있다. 때로는 쏟아지는 폭우에 겨우 목숨만 부지하기도 한다. 그만큼 삶은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 과정이다. 그래도 터널이기 때문에 언젠가 빛이 보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어둠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빛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 갇히게 되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다. 그때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것이다. 

 시인은 그 많은 길 가운데 유독 꽃길을 소재로 시를 지었다. 시의 제목으로 선택한 꽃길은 누구나 걷고 싶은 길이다. 그렇다면 꽃길을 걷는 사람은 정말 행복할까. 비록 자갈길을 걷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길이 바로 꽃길이 된다. 시적 화자는 시의 전반부에서 당신을 만난 그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고백한다. 당신이 어떤 존재이기에 ‘눈이 트였고’, 비로소 세상이 보이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밤길도 무섭지 않을 만큼, 가시밭길도 아름답게 보일 만큼 당신은 대단한 능력자이다. “앞으로 걸어갈 길도/마지막 떠날 그 길도/당신과 함께라면 언제나 꽃길”이라고 단언하는 시적 화자의 믿음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 시는 당신이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세상이 보이고 그로 인해 감사가 밀려오는 시간으로 독자를 이끈다. 함께 있으나 멀리 있으나 당신 때문에 나의 길은 꽃길이다는 확신에 이르게 하는 당신은 누구일까. 가까이는 가족일 수 있고 멀리는 친구나 연인, 나아가서는 절대자를 상상하게 한다. 현란한 수사나 어려운 비유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또한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꽃길에 대한 소망을 가지게 한다. ‘감사합니다’와 ‘꽃길’이 계속 반복되는데도 시적 긴장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어의 반복을 통한 음악적 효과에 빠져 들기 때문이다. 언어를 다루는 시인의 솜씨가 무척 돋보인다. 시를 읽으며 질문이 솟아난다.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나의 삶도 누군가에게 꽃길이 될 수 있을까.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꽃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밀려오는 늦가을이다. 그대를 더욱 사랑해야겠다.  

백석대 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