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병 균 목사

한일 지소미아의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는 문재인 정권의 발표에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 강경화 외교장관도 불과 며칠 전 국회 외교통상위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재고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방침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일본 정부가 그저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밖에 없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하루 아침에 입장을 바꿔 한일 지소미아 종료에 찬성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이다. 수출규제도 풀지 못하고 한일 지소미아를 연장해 주고 말았으니 앞으로 일제 강제노동에 대한 아베 정권의 사죄와 배상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미일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압력이 컸던 것은 그만큼 이 협정이 한국 방어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임을 반증한다. 한일 지소미아는 단순히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와 보호를 넘어서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MD와 군사동맹 구축을 위한 끌차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결국 중국과 북한을 적으로 삼게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수출 규제한 이후 이렇다 할 중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지소미아 종료시기가 다가오자 일본편에 기울어져 한국정부를 압박하여 한 ․ 미 ․ 일 군사정보 교류 ․ 협력이 약화될 것을 걱정하는 압박 행태를 보여주었다. 미국은 뜬금없이 천문학적인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 근거도 없이 50억 달러(약6조)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지난주에는 미국방정책 수뇌부가 한반도 남단에 총출동하여 방위비 분담금을 뻥튀기해서 언필칭 70년 동맹이라는 대한민국에 최대한 압력을 넣은 것이다. 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회의가 열린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학생들은 미국의 방위비 대폭인상 요구를 규탄하는 "동맹이냐 날강도냐" "굴욕협정 필요없다" 는 구호제창에 목청을 높였다.

미국은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미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을 비롯한 '새로운 항목'을 제시했다. 한국에 터무니없이 짜맞추기식 명분을 급조하여 다섯배의 방위비를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정부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분담을 정하는 기존 협정 틀을 유지하면서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방위비 분담금이란 무엇인가? 방위비 분담금이란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 중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 Special Measures Agreement)'에 따라 한국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을 가리킨다.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군 주둔 경비 가운데 인건비. 군사시설비, 군수지원비를 분담하고 있으며, 2015년에 9320억원을 지원했다. 이런 비상식적, 무례하고도, 비합리적인 갑작스런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방위비 요구는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세계의 미군 주둔국 가운데 미국과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을 맺어 미군에 직접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1966년 7월 9일 한미 양국이 맺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에서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주한미군 유지 경비는 미국에서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미 동맹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라’는 미가 선지자의 평화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 방어훈련이라고 하지만 공격연습을 병행하는 것이다. 방위비라고 하지만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명분인 것이다. 칼은 전쟁의 상징이고, 쟁기에 채우는 보습은 평화의 상징이다. 무기를 줄이고, 서로 갈등을 해소하면서, 대화와 사랑으로, 겸손과 양보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미가선지자를 통해서 미국과 한반도에 주시는 말씀이다. "그가 많은 민족들 사이의 일을 심판하시며 먼 곳 강한 이방 사람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고"(미가 4 : 3절)

한-미동맹이 힘써야 되는 것은 지난 북-미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에서 상호요구했던 한반도의 비핵화와 제제완화, 나아가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진전시켜 나아가는 것이다. 미국은 북측에 대해 일괄타결식의 일방주의적 압력을 가해서는 모처럼의 평화협상 분위기를 결렬시킬 우려가 높다. 북측이 영변핵을 내놓겠다고 하면 이에 상응하는 제제완화를 해주므로 말대 말 행동대 행동으로 점진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하나님 나라"의 정치경제적 모델을 이뤄야 한다. 한국교회는 지난날의 맹목적인 숭미주의와 반공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자주적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에게 주체적 자세를 견지하므로 국민들에게 다시는 실망감을 줘서는 않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70여년간의 분단의 모순을 종식시키기 위해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를 심기 위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NCCK 인권센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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