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나

태초에 돌맹이 하나,
하늘로부터 나타나
침묵의 관성으로
아래로 굴러 내리며,

나무들과 들풀들을 꺾고
다시 문화들을 짓밟는다,

또 다른 돌들과 한 패를 이루며
산을 뚫고 길을 내고
물속으로 들어가 호수를 만들어
하늘을 심는다.

-사월회 시 동인 『바람칼의 칸타빌레』에서
* 원응순 : 경희대 명예교수(영문학) 기독시문학상 등. 월간 『조선문학』 편집위원

▲ 정 재 영 장로
제목과 첫 연 첫 행에서 나오는 돌맹이는 태초라는 단어에서 신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단단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사물의 비유된 그 무엇이다. 은유된 이미지라서 딱히 하나로 지적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문맥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돌맹이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힘이다. 2연에서 말하는 그 돌이 끼치는 영역은 자연계와 문화계를 통합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포괄적 부분을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말한다.

마지막 연에서 돌맹이는 다른 돌들과 연합성을 가지기도 한다. 산과 물속에게도 영향력을 주는 그 기능은 하늘의 재현을 선명하게 말하고 있다. 즉 돌맹이는 하늘에서 시작하여, 세상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고, 마침내 하늘을 재현하기까지 하는 우주적인 힘을 말하는 것이다.

시인이 기독인이라는 전제로 돌맹이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돌맹이를 성경에서는 그리스도로 비유하고 있다. 지면상 신학적 설명을 생략할 수밖에 없지만, 성경에서 예표하고 있는 돌은 메시야이며, 영적이스라엘의 회복과 예수그리스도의 강림이다. 즉 신령한 반석인 그리스도다. (고전10:3-4).

물속과 호수로 들어가서 하늘을 심는다는 비유도 그리스도의 역할을 은유하고 있다. 베드로사도도 ‘산 돌’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질 것을 말하고 있다.(벧전2:5).

‘다른 돌들과 한 패를 이루어’ 라는 말은 성도들이 서로 연합하여 신령한 집을 세운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즉 한 패를 이룬 돌맹이란 반석이 되시는 그리스도의 터에 세운 성도들의 모임 즉 교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고전3:10-17)

마지막 연의 호수라는 말도 생명수 안에서 사는 성도들의 모습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막14:58).

물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신학적인 이론에 기대어 본 결과 돌맹이는 그리스도를 변용했다는 타당성을 가진다.

모든 시는 직설적으로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당연히 신앙시도 은유(은폐시킨 비유)로 만들어야 한다. 이 작품이 뛰어난 이유 중 하나는 어느 한 곳도 종교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기독론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면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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