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연 교수

요즘 세상 밥을 굶는 사람이 있다는데 믿어지지가 않는다. 13일 MBC <뉴스데스크>는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30대 아버지와 그의 10대 아들릉 인천의 한 마트에서 도둑질을 하다 마트 직원에게 붙잡혔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훔친 건 고작 "우유 2팩과 사과 여섯 개 그리고 마실 것 몇 개"가 전부였다. 다 합쳐도 1만 원 상당의 식료품이었다는 것.

마트 CCTV에는 부자가 아들의 가방 안에 허술하게 식료품을 집어넣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들 부자의 사연을 전한 이는 인천 중부경찰서 이재익 경위이다. 이 경위는 인터뷰에서 말을 다 잇지 못했다. MBC는 소셜 미디어상 주말 내내 눈물을 훔쳤다는 사연이 속속 올라왔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비록 짧은 뉴스 화면이었지만, 좀도둑질에 나서게 된 두 부자와 이를 돕겠다고 나선 일반 시민들의 사연은 성탄의 계절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돈 많은 사람의 자식들은 마약을 해도,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을 쳐도, 솜방망이처벌을 받는데, 이 부자의 운명이 걱정됐다. 다행히 이 부자는 훈방 조치됐고, 이 경위의 노력으로 아버지는 맞춤형 일자리도 얻었다. 언론에 보도된 이 부자의 사연으르 요약하면 이렇다.

“아버지는 택시를 몰았다. 하지만 6개월 전 실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당뇨와 갑상선 질병을 앓고 있었다. 이들 부자와 홀어머니, 7살 난 아들이 임대 아파트에 거주 중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힘든 상태였다. 부자가 좀도둑질에 나선 배경 자체가 너무나 애처롭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도 이 부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훈방조치 했다. 끼니를 때우라며 음식점에서 국밥을 사주기도 했다. 그때 한 남성이 봉투 하나를 식탁에 던지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마트에서부터 직원들에게 선처를 구하던 부자를 지켜봤던 이였다. 봉투 속에는 현금 20만 원이 들어있었다. MBC가 '현대판 장발장'이라고 이름 붙인 것처럼, 성탄의 계절에 꿈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루 만에 만난 아버지는 "솔직히 애들한테 미안하죠. 가장으로서 일을 못해가지고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중략). (돈 봉투를 건넨 남성이) 서로 모르는데 우선 그렇게 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우셔가지고, 만나면 감사하다는 말밖엔 못하겠죠…"라고 말했다.

이 보도가 나간 이후 하루 만에 해당 마트에서도 "돕고 싶다", "도울 방법을 알려달라" 등의 문의가 쇄도했다는 내용을 MBC는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보면서, 한 없이 손수건을 눈가에 갔다가 됐다. 이 기사내용은 진영싸움으로 얼룩진 2019년 국민들에게 성탄절의 따뜻한 선물이 아니가 싶다. 아직 우리사회는 강팍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웃의 아픔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인정이 아직까지는 남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의 위로가 된다.

사연이 알려진 후, 부자에게 전해달라며 생필품을 계산하고 그대로는 가는 손님도 있었고, 마트 계좌로 돈을 보내며 대신 전달해 달라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인 대통령도 장발장 부자에게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재익 경위는 "아침 점심도 다 굶었다고 부자가 그러니까요.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고 반문했다. 이 경위는 아버지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사회복지사에게 부탁해 구해주기도 했다. 2019년 성탄의 계절에 이 부자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에게 MBC <뉴스데스크>의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이란 제목의 보도내용은 큰 선물이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