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마 19:19)는 말씀, 참으로 난감한 때가 있다. 성인(聖人)이라면 모르거니와, 평범한 사람으로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기는 어렵기에 하는 말이다. 물론 예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이니 ‘아멘!’ 하고 응답해야 하겠지만, 응답한다고 해서 반듯이 그렇게 실천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멘은 아멘이고, 현실은 현실이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이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했다 해서 내가 먹지 못하는 일품요리를 대접하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입지 못하는 명품 옷을 사 입히라는 것도 아니고, 내 집이 없는데 집을 내주라는 것도 아니고, 내 지갑이 비어 있으면서 지갑을 채워주라는 것도 아닐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내 몸에게 하는 정도만 하라는 것이니 말이다. 내 몸이 아프면 다른 사람의 몸도 아픈 줄 알고, 내 몸이 고단하면 다른 사람의 몸도 고단한 줄 알고, 내 배가 고프면 다른 사람의 배도 고픈 줄 알고, 내 자식이 귀하면 다른 사람의 자식도 귀한 줄 알고, 내 생명 귀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도 귀한 줄 알고, 내가 기분 나쁘면 다른 사람도 기분 나쁜 줄 알고, 내 자존심이 상하면 다른 사람의 자존심도 상하는 줄 알면 이로써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마음 자세는 갖춰진 것이다.

내가 칭찬 들어 기분 좋으면 다른 사람도 그러한 줄 알고, 내가 다른 사람의 거친 말에 상처 입으면 다른 사람도 그러한 줄 알고, 내가 살기 힘들면 다른 사람도 그러한 줄 알고, 내가 가난하여 서러우면 다른 사람도 그러한 줄 알고, 내가 까닭 없이 비난듣기 싫으면 다른 사람도 그러한 줄 아는 것으로도 능히 이웃 사랑이 곁에 있는 게 아닐까. 다만 부자인 사람들이 ‘밥이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 하거나, 나랏일 하는 사람이 내 배가 부르다고 다른 사람도 다 그러한 줄 아는 것은 문제이겠지.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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