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국민 4명 중 1명은 “서울이 싫다. 대한민국이 싫다”고 대답했다. 7년 동안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네덜란드로 떠난 김모 여인(34세)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석사과정을 마치면 어떻게 해서든 현지에서 취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가족과 친구가 많이 그립겠지만 다시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서울은 꿈도, 희망도 없다는 말이다.

그녀의 과거 장래 희망은 무조건 서울 안에서 버텨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이 무조건 싫어 서울로 상경했다. 고향생활은 답답했다. 한국의 중심인 서울에서 치열하게 살아 인정을 받고, 그를 통해 보람을 느끼는 ‘보통 직장인’의 삶을 꿈꿨다. 하지만 서울 생활에 대한 그의 기대는 회사 생활을 거치면서, 산산이 깨졌다고 이 언론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휴일에도 회사가 시키면 무조건 나가서 일했고, 성과도 괜찮았다. 그런데 어느 날 상사 한 분이 절 부르더니 ‘나중에 뭐 할 거냐’고 물었다. 어차피 나갈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임원 중에 여자는 한 명뿐인 것이었다. ‘여기서 아무리 죽어라 일해보아야 나에 대한 평가는 딱 이 정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빠졌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 여인의 부모의 반응은 단호했다. “당장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결혼하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고향에는 김여인의 경력을 살려 계속 일할 만한 직장이 거의 없다. 서울도, 고향도 어디 하나 편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서울과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다. 국내 이민·이주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청년들의 탈한국 움직임은 과거와 비교할 때 동력이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전에는 생계나 자녀 교육 문제 등 때문에 이민을 결심했다면, 이제는 온전히 ‘나’ 한 사람의 자아실현이 선택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그냥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의외의 대답이 많아졌다. 한마디로 한국이 무조건 싫은 것이다. 이것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관념이 되어 버렸다. 과거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경쟁적인 질서에 회의감을 느끼는 청년 비율이 높아지면서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마음만은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게 젊은 이민자들이 공통적인 생각이다.

청년들은 해외취업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교환하거나 유튜브 등에서 ‘탈조선 후기’, ‘미국 영주권 따는 법’ 등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유튜브에 ‘야근 반복 직장 생활이 만든 탈조선’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초과근무수당’이란 마치 전설 속에 등장하는 보물섬과 같았다. 왜냐하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로 취업하는 청년들의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2903명이던 해외취업 청년의 수는 2016년 4811명, 2017년 5118명으로 해마다 늘어 2018년에는 5783명을 기록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해외취업을 원하는 이유도 ‘외국어,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나 ‘국내에서 취업하기 너무 어려워서’ 같은 통상적 답변이 주를 이룬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많은 청년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데에는 서울이 나름의 장점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회의 땅’이자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통했던 그 서울이 옛 모습과 매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전쟁터와도 같은 서울에서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정성과 노력이면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행복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굿-패밀리 대표•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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