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한국신문
칼럼명시산책
장재선(1966∼)의 '걸레를 위하여'[평설 문현미 시인]
문현미 시인  |  webmaster@ck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1.20  14:15:5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블로그 구글 msn

걸레를 위하여

걸레와 함께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다 보면
서서히 땀이 나며
무릎을 꿇은 겸허가 만족스러워집니다.
어느 누구와도 함께 하지 못했던 평화를
누립니다.

그런 친구와 잠시 헤어질 때의 예의는
깨끗이 빨아놓는 것입니다.
걸레가 바닥에 놓여 있을 때
다른 식구가
손이 아닌 발로 잡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그러니 전능하신 당신께서는
저를 부디 걸레로 써주시되
더러운 곳을 닦는 걸레로 써주시되
하루 일과가 끝나면
깨끗이 빨아주기는 하소서.

 

   
▲ 문 현 미 시인
홀로 높으신 한 분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심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죄로 얼룩진 인간을 살리시기 위하여 십자가에 매달리신 그분의 은혜에 깊이 감사하는 시간이다. 이런 감사가 밀려오는 때에 은은한 울림이 있는 시를 마주하니 기쁨이 차오른다. 시의 제목이 ‘걸레를 위하여’라니 저절로 관심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어느 시인도 장시인처럼 걸레를 대상으로 이렇게 예의를 갖춘 적이 없다. 살면서 걸레를 손에 안 잡아본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시인은 일상에서 흔히 보는 걸레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걸레로 구석의 먼지를 닦다가 “무릎을 꿇은 겸허”에 만족하고 “어느 누구와도 함께 하지 못했던 평화”를 누리다니 성찰의 깊이가 느껴진다.

걸레를 시적 대상으로 했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지만 걸레를 친구에 비유할 만큼 낮고 천한 것에 대한 시선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자신의 삶을 얼마나 돌아보아야 이런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시적 화자는 “친구와 헤어질 때의 예의는” 깨끗하게 빨아놓는 것이고 그 이유는 걸레를 “발로 잡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상에 대한 깊고도 섬세한 마음에 무현금이 켜진다. 신실한 믿음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사유와 예리한 감각이 돌올하다.

마지막 연에 이르면 “전능하신 당신”께 간구하는 화자가 나타난다. 자신을 “더러운 곳을 닦는” 걸레로 써 달라는 기도와 함께 영혼을 정화해 달라는 “깨끗이 빨아주기는 하소서”의 시행으로 끝맺는다. 장시인을 “무수한 타자들과의 수평적 공존을 꿈꾸는 존재”라고 한 비평가의 명명은 조금도 빗나감이 없다. 타자인 걸레와의 공존, 더 나아가 걸레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통해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삶의 진경을 체감한다. 그런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새해이다.

백석대 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문현미 시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블로그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포토뉴스
인물 

“하나님의 질서 지키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일”

“하나님의 질서 지키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일”
“오늘 세계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로 인해 정치적,...
해설
최근인기기사
1
교단의 개혁과 변화 위한 발전방안 논의
2
[강동규 목사] 네 이웃을 사랑하라
3
[정서영 목사] 추캉스(?)가 웬말인가
4
감사로 험한 세상을 헤쳐나간 가슴 찡한 이야기
5
심프슨 박사, 『성령, 위로부터 오는 능력』 출간
6
[이현재 전도사] 코로나19 극복위한 기도
7
“성장이 예배이고, 예배가 행복이다”
8
선교사, 소유욕 벗어나 진정한 크리스천으로 거듭나야
9
담임 목사 청빙, 성경적인 원칙과 지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해야
10
‘밥상머리 대화’, 아이 사고력과 자립심 기르는 공간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기독교한국신문  |  등록번호: 서울, 아04238  |  등록일자: 2016년 11월 23일  |  제호: 기독교한국신문
발행인: 유달상  |  편집인: 유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달상
발행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순라길 54-1, 3층(인의동)  |  발행일자: 2012년 11월 5일
02)817-6002, 02)3675-6113 FAX 02)3675-6115
Copyright © 2011 기독교한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