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꽃

온통 적막한 산인가 했더니
산벚꽃들, 솔숲 헤치고
불쑥불쑥 나타나
 
저요, 저요!
 
흰 손을 쳐드니
불현듯, 봄산의 수업시간이
생기발랄하다

까치 똥에서 태어났으니
저 손들 차례로 이어보면
까치의 길이 다 드러나겠다
 
똥 떨어진 자리가
이렇게 환할 수 있다며
또 한번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 문 현 미 시인
영하의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의 생기가 느껴진다. 계절이 시시각각 바뀌는 것을 볼 때마다 창조주 하나님의 놀라우신 손길을 묵상한다. 비록 처한 현실이 답답하고 힘들더라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다. 질병의 엄습으로, 생계의 어려움으로 앞이 막막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위를 돌아보면 따뜻한 곳에 앉아 있는 것조차 편하지 않다. 그래도 긴 밤이 지나면 아침이 밝아오지 않는가. 절망의 바닥에서 허우적거릴지라도 참고 견디면 희망의 길에 들어설 수 있으리라.

보라! 적막한 겨울산도 때가 되니 꽃피는 봄산으로 바뀐다. 김시인은 꽃들이 피어나는 봄산의 모습을 수업시간으로 포착한다. 시인의 이런 신선한 시선으로 인하여 독자도 생기발랄한 수업에 동참하게 된다. 산벚꽃들이 봄의 향연에 참여한 학생들이라니 무척 즐겁다. “저요, 저요! 외치는 꽃들의 목소리가 온 산에 메아리치는 듯하다. 김시인만의 개성적인 의인화 과정을 통하여 꽃은 사람이 되고 사람은 꽃이 되는 치환의 길이 열린다. 더욱이 산에 피는 산벚꽃들이 ”까치 똥“의 거름으로 탄생했다는 관점이 참신하다.

산벚꽃들이 ”흰손을 쳐드니“ 그 손들을 이으면 ”까치의 길이 다 드러나겠다“라는 감각적인 표현에서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와 예리한 통찰력이 느껴진다. 이 시는 자연 속 생명의 순환 과정을 천착하는 새로운 시선과 역동적 상상력이 이루어낸 감동적인 결과물이다. 좋은 시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습작의 과정을 거쳐야 할까. 까치의 배설물로 봄꽃이 환하게 피고, 꽃피는 봄산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밭에도 꽃이 피어날 것이다. 조만간 이 산, 저 산에서 하얀 손을 흔들며 ”저요, 저요!“ 외치는 꽃들을 보게 되리라. 꽃피는 봄산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계절이 눈앞에 다가왔다.

백석대 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