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의 로자

신성한 자는 꿈을 꾸어요.

그 꿈은 별이고
인간이고 나무랍니다.

자, 지금 바로 떠나 볼까요.

꿈속으로의
여행을 떠나요

눈을 감고
월광 소나타를 들어보세요.
사랑의 슬픔을 노래해 보세요.
지는 해를 보세요.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산책하는 연인들을 보세요.
그들과 함께
초록 위를 걸어 보세요.

세상이 달라 보이지요.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보이나요.

오늘만은
모든 시름 다 잊고
행복한 꿈을 꾸어요.

-시집 『시뮬라시옹』에서

*이현채 : 충남 당진 출신. 『창작21』 등단 시집 『투란투토의 수수께끼 』, 『시뮬라시옹』 등

▲ 정 재 영 장로
옥탑방은 서민들의 주거 장소다. 옥탑방은 하늘과 땅의 중간에 존재하는 장소다.

첫 연의 신성한 자는 옥탑방의 거주자로 땅에 기초를 하였으나 조금이라도 하늘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자이다. 부자들이 아닌,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로, 현실의 욕망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2연에서 그 화자가 꿈꾸는 대상은 세 종류다. 하늘을 상징하는 별과 땅을 지시하는 나무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인간이다. 온 우주적 존재 전체다.

3연에서 꿈속으로의 여행을 권유한다. 이것도 현실이 아닌 몽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종교적 심성을 포함한다.

4연에서 눈을 감고 월광 소나타를 들어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달빛으로 느끼는 감각, 그것은 사랑의 슬픔일 수도 있다. 사라지는 해를 보면서 거부할 수 없는 헤어짐의 슬픔을 순응하고 수용하기를 권한다.

5연에서는 사라진 것에 대한 포기를 권하며, 산책하는 타인의 연인들을 통해 사랑의 불멸성을 암시하고 있다. 초록 위라는 말도 싱싱함 즉 현재 살아있는 것들의 모습이다.

6연에서 화자는 자신의 사랑의 슬픔 대신 타자의 사랑 모습을 통해 살아있는 것들의 가치를 용납하기를 원한다.

마지막 행에서 슬픔이나 시름은 하늘과 땅의 경계적인 장소인 옥탑방에서 하늘의 별과 인간과 나무로 총칭된 사물을 보면서, 행복하기를 원하는 옥탑방은 어쩌면 종교적 장소일 수도 있다.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자를 신성한 자라는 하는 숨겨진 의미까지 함축하고 있다.

하늘과 땅의 별과 나무, 그 속에 사는 모든 인간이 바로 옥탑방의 로자다. 이질적이며 상극적인 요소를 배치하여 인간의 존재로 융합하는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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