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전체에 세습 만연…교단, 지역, 규모와 무관하게 저변화
세습단행 교회 중 절반이 교단 총회장과 연합기관 대표회장 출신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에 따르면, 한국교회 전체에 교회세습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반연은 3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에서 ‘교회세습 제보 결과 발표 및 세습 시도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교회 세습 현황과 향후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반연은 세습을 단행했거나 세습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교회들의 실명을 공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반연은 지난 3월 12일부터 6월 28일까지 이메일 또는 전화 제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세습이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교회세습 사례를 수집했다. 수집 결과, 총 128건의 제보(중복 포함)를 접수했고, 이 중 62개 교회가 이미 세습을 진행했고, 세습이 진행 중인 의혹이 제기된 교회가 22개로 나타났다.

교회세습을 단행한 62개 교회를 교단별로 보면 기감 17곳, 예장합동 17곳, 예장통합 6곳, 예성 4곳, 기침 3곳, 예장합신 2곳, 기성 2곳, 기타 11곳으로, 교세가 상대적으로 큰 교단에서 세습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교단별 교세와 교회 수 등을 고려할 때, 교회세습이 단순히 특정교단이나 교회의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규모별로는 교인수 50-500명이 24곳, 500-1000명이 13곳, 1000-5000명이 19곳, 5000명 이상이 6곳으로 나타나, 교회세습이 대형교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교회규모와 상관없이 한국교회 전반으로 저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31곳, 경인지역 24곳, 기타 7곳으로 나타났으나, 세습반대운동 활동지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에 관계없이 교회세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형별로는 담임목사 직계세습이 56곳, 기타 지교회 세습이나 징검다리 세습 등이 6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 부자나 사위에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는 사례가 많으나, 지교회를 설립하여 담임목사로 아들이나 사위를 보내는 지교회세습,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는 규정을 교묘히 이용하여, 다른 목회자를 청빙했다가 직계가족에게 세습하는 징검다리세습 등 세습수법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습을 단행한 62개 교회 중 절반에 해당하는 28개 교회의 선임목사가 교단 총회장, 감리교 감독, 한기총 대표회장 출신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이들의 위치가 갖는 절대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세습시도는 다수 교회에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교회세습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반연은 특히 세습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22개 교회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명성교회, 안양새중앙교회, 인천순복음교회, 임마누엘교회 등 교인수 1만명 이상의 대형교회만 7곳에 달했다. 이밖에 신성성결교회, 해오름교회, 인천정동교회, 부천처음교회 등이 포함됐다. 세습여부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진위 논란 등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세반연은 지난 5월 30일 공문을 통해 세습 의혹이 제기된 교회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담임목사 후임 청빙계획이 있는지를 묻고, 세습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힌 교회는 3곳이다.

인천순복음교회는 “소속 교단에 은퇴에 관한 연령규정이 없다. 단지 원로목사의 자격을 규정함에 있어 65세 이상 시 자원하여 은퇴할 수 있다는 규정(헌번 제6장 제38조 1항)만이 있을 뿐이다. 현재 담임목사 은퇴에 대한 계획이 없으며, 따라서 후임자 청빙에 관한 계획도 없다. 은퇴계획과 청빙계획이 서게 된다면 교단이 정한 규정(헌법 제6장 제39조)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답신을 보내왔다.

부천처음교회는 “세습이나 세습시도는 없다. 아들 A목사는 Presbyterian Church USA(미국장로교회)에서 안수를 받았다. 한국에서 장로교 교단 목회를 하기 위해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부천노회의 허락을 받아 서울장로회신학대학원(광주)에서 청목과정 중에 있다. 아들 B목사는 Korean Presbyterian Church Abroad(해외한인장로회) 미국동남노회 소속으로 한국에서 장로교 교단 목회를 하기 위해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부천노회의 허락을 받아 청목과정을 준비 중에 있다. 청목과정을 마치면 스스로 목회의 길을 찾아 갈 것이다. 교단 헌법시행세칙 제18조에 명시하기를 ‘부목사는 시무교회의 당회장(대리당회장)이 될 수 없고 제직회장도 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담임목사 청빙은 청빙위원회와 성도들께서 결정하실 것이다. 담임목사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공문을 보내왔다.

안양새중앙교회는 “담임목사가 올해 59세로 은퇴하려면 앞으로 11년이나 남아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후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당혹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은퇴할 때가 되면 당연히 적법한 절차와 방법으로 후임자를 청빙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공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세반연은 앞으로 지속적인 교회세습반대운동을 벌여갈 계획이다. 오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남산동 청어람에서 ‘교회세습방지법 입법을 위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며, 교인을 대상으로 한 신학적·신앙적 교육 제공, 1인 시위와 같은 비폭력 직접행동 등 개교회 세습대응운동도 전개할 방침이다.

아울러 교회세습반대운동을 위한 소책자를 제작(8월 중 발간 예정)하고, 세반연 출범 이후 진행한 좌담회 및 포럼 내용을 중심으로 국내외 연구자료 및 사례 등을 정리하여 교회세습 단행본도 발간(내년 1월 또는 2월 중 출간 예정)해 교회세습에 관한 문제의식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세반연에는 감리교 장정수호위원회, 개혁교회네트워크,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2.0목회자운동,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바른교회아카데미, 성서한국, 예수살기 등이 회원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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