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교단장 일동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시작된 사순절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그리스도의 수난 당하시는 사랑을 본받아 국적, 인종, 종교, 이념을 떠나 가장 위급한 이에게 가장 먼저 구호를 실천하며, 혐오와 차별이 아닌 상호 연대와 인류애의 정신으로 대재난을 극복하자”고 요청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김태영 총회장을 비롯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윤보환 감독회장 직무대행, 한국기독교장로회 육순종 총회장, 구세군한국군국 장만희 사령관,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이양호 총회장, 한국정교회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유영희 총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은섭 총회장 등 회원교단장 명의로 발표된 담화문을 통해 이들은 “코로나19가 외부유입단계를 지나 지역 확산단계로 접어들면서 한국사회의 생명의 안전이 심각하게 도전 받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이 같은 위기상황이 기독교계 신흥이단사교집단인 신천지의 집회가 코로나19의 ‘슈퍼전파자’ 역할을 하면서 가속화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제 한국사회의 시선은 한국교회의 집회에 모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감염 위기 상황 속에서도 극우개신교 정치집단이 고집스럽게 펼치고 있는 광화문 광장집회가 또 다른 불통의 불씨가 되어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며, “지금 정부와 시민사회는 코로나19 위기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되묻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대재난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생명의 안전망을 구성하는 ‘마디’라는 깊은 신앙적 생태적 감수성을 가지고 다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며, “코로라19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교회는 정부가 마련한 매뉴얼대로 먼저 자신을 돌아보되, 공동체가 지니는 사회적 상호의존성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교회의 공동체적 정체성의 표현인 집회를 철저하게 전체 사회의 공적 유익을 우선시하면서 재구성해야 한다”며, “코로라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에 빠진 시기에 우리의 신앙 형식이 세상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우리의 집단적 이기심이지 이 세상을 향하신 생명의 하나님의 뜻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어 “교회당의 대중 집회를 통한 감염의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대구지역은 물론 각 발생지 교회와 여러 교단에서 주일예배를 포함한 모든 집회를 당분간 중지하자는 제안들을 하고 있다”며, “이런 제안들은 결코 우리의 신앙을 시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진원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 시대의 소통의 방식인 온라인 매체들을 최대한 활용해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다양한 묵상자료나 기도문을 통해 우리의 신앙을 성찰하고 나누면서 공동체적 신앙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한 모든 교단 차원의 보다 적극적이며 섬세한 대응과 지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끝으로 “두려움이 우리 안의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고 이웃을 향한 혐오와 차별로 표현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스스로 예방에 힘쓰면서 고통 받는 이들을 배척의 눈이 아닌 상호 돌봄의 눈으로 바라보며 함께 어려움을 나누어야 한다”며, “자기 의에 충만해 선과 악을 가르는 심판자의 위치에 서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정죄하며 속죄양을 삼는 것은 신앙의 오만이지 결코 세상을 구하는 힘이 아니”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