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 주일은 3.1운동이 발발한지 10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제국주의의 총칼 아래 신음하던 이 땅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난 3.1만세운동은 우리 민족 모두의 자발적인 의사로 결집된 정의와 평화, 자유의 외침이었다.

일본은 1905년 대한제국을 강압하여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그리고 경술년(1910년) 8월 29일에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함으로써 조선의 국권을 침탈했다. 이런 암흑기에 기독교 지도자들이 주축이 된 민족 대표 33인은 기미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조선이 자주독립국임을 전 세계 만방에 선포했다.

일제는 3.1만세운동 가담자 630명을 살상한 것을 비롯해 수많은 교회지도자들을 투옥 고문하고, 기독교 교회를 탄압했다.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 징병된 500만 명 중 291만 명이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눈을 감았으며, 정신대라는 이름의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43만 명중에 23만 명이 꽃도 펴보지 못한 채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3.1운동이 발발한지 101년이 지났다. 그러나 3.1운동이 지나간 역사라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강대국인 미국의 도움으로 주권국가의 모습을 되찾았으나 아직도 일본제국주의의 굴욕적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명 대학 교수가 꽃다운 나이에 정신대에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해 돈에 팔려간 매춘부로 규정하고, 정치권은 죽창가 운운하며 반일 정서를 자기들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일제시대 3.1만세운동에 가담했다가 수많은 교회지도자들이 투옥 고문당하고 순교한 역사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지만 그 위대한 저항정신은 이미 잃어버린 지 오래다.

3.1운동 101주년을 맞는 우리의 적이 일본의 아베나 혐한 극우주의자들이라면 그건 간단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정치적 신념과 자국 이기주의에 따라 떠드는 것일 뿐 그들이 우리가 뇌리에 새겨야 할 역사의 교훈이 아니다. 오히려 제국주의 침략 역사를 깡그리 잊어버린 우리, 배금주의로 치닫는 한국교회 공동체가 진정한 내 안에 적이다.

우리는 또다시 일본에 치욕적인 국권 침탈을 당할 수 없다고 매년 3.1운동을 기념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아베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 야스쿠니 신사 공물 헌납,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사과와 배상문제 등이 3.1운동을 기점으로 반짝 이슈로 떠오른다. 하지만 적은 일본이 아니라 내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매번 일본을 탓하고 혐오하고 적으로 돌려 불매운동 같은 추상적이고 허접한 구호에 집착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온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는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서는 거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해 온 범투본이 전 목사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코로나 감염 확산을 이유로 그 어떤 집회도 불허한다는 방침이어서 또다시 서울 한복판은 또다시 충돌하고 피 흘리고 잡혀가는 역사의 반복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광경은 대한민국이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그 어떤 시점부터 이미 예고되었다. 서로가 국민을 위하고, 애국을 부르짖지만 사실상은 3.1정신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린 결과일 뿐이다. 입으로는 극일을 외치지만 현실은 서로를 향해 총질하는 남남갈등은 “봄은 봄이로다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한 시인이 본 오늘 우리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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