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감염병 바이러스의 모양이 왕관과 같다 하여 ‘코로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스, 메르스도 코로나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는 감염경로, 잠복기, 치사율 등 실체를 알 수 없어 ‘신종 코로나’로 부르다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로 명명했다. ‘코로나19’는 발병 두 달이 지났음에도 감염원이 어디인지, 숙주가 무엇인지, 무증상 감염인지, 공기전파가 가능한지, 어느 것 하나 밝혀진 게 없다.

지금 한국은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병균이 문명의 쇠퇴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임을 역설한 바 있다. 실제로 대항해시대에 장엄한 마야문명, 잉카문명, 아스카문명 등을 일으킨 중남미의 원주민 대부분을 몰살시킨 강력한 무기가 다름 아닌 스페인 군인들이 퍼트린 천연두였다. 중세 유럽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내몬 흑사병은 유럽의 견고한 봉건제도를 무너뜨렸다.

이웃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우리나라가 갑자기 폭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중심에 ‘신천지’가 있음이 곧 밝혀졌다. 교세 확장을 위해 열심히 포교활동을 한 것이 ‘코로나19’를 대구·경북뿐이 아닌 전국에 유포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신천지’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총체적인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참에 좋은 종교와 나쁜 종교를 생각해본다. “좋은 종교가 현재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제공할 때 나뿐 종교는 미래에 대한 쉬운 답을 제공한다.”는 신형철(‘신천지로 떠난 청년들’,2020.3.5.경향)의 말은 음미할만하다. 신천지는 요한계시록의 문학적인 서사를 번역이 가능한 암호로 해석함으로써 불안한 미래를 장밋빛으로 대체시킨다. 그렇게 계시록의 ‘비밀’을 해석한 사람은 교주가 되어 144,000명이라는 구원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런 가짜 선전에 수많은 사람들-특히 젊은이들이 현혹된다는 것은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성 교회들이 신자들에게 합리적인 상상력을 제공하지 못한 책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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