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기독교사상 4월호』가 ‘특집 - 종교와 정당’을 마련해 한국 기독교 정당의 궤적에 대해 살폈다.

이번 ‘한국 기독교 정당의 궤적’에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진구 소장이 발제했다.

이 소장은 ‘기독자유당’이라는 기독교 정당의 핵심 인물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꼽으며, 이는 최근의 극우 운동과 보수 개신교가 기독교 정당을 통해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서 기독교 정당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종교와 정치의 새로운 관계를 살파는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해방 이전의 종교정당에 대해 1945년 11월 초부터 평양에서 장로교의 김화식 목사와 감리교의 신석구 목사 등이 기독교자유당 창당을 준비하였으나 도중에 구속됨으로써 성사 되지 못했고, 비슷한 시기에 조만식 장로를 대표로 한 조선민주당도 결성되었는데, 상당수 기독교인이 참여하였으며 기독교 사회주의와 민족사회주의 색채가 농후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소장은 “1946년 2월 조만식 일파가 친일파로 숙청되면서 기독교적 기반은 약화되었다”며, “남한에서는 1945년 9월 장로교 목사 박용희가 주도한 사회민주당이 기독교적 성격을 토대로 정동교회에서 발족하였는데, 20여 일 만에 다른 정당 사회단체와 합쳐 우파 온건노선을 지향하는 국민당으로 통합되었다”며 해방공간에서의 개신교계 종교정당은 창당 실험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기독교 정당의 도전기에 대해 “기독교 정당이 다시 등장한 것은 반세기 이상의 시간이 흐른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조용기 목사와 김준곤 목사가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창당 작업이 이뤄졌다. 두 사람 모두 기독교인과 교회의 정치참여를 강조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소장은 “당시 조용기 목사는 ‘강도 만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한국 사회가 ‘강도당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강도 만난 사람을 동보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 ‘가장 어둡고 썩어 있는 정치’에 기독교인이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김준곤 목사도 교회주변에서는 ‘신령한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는 악마의 계략일 뿐이며 현재 한국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탄이라고 외치며 기독교인의 정치참여를 역설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소장은 “이들은 1,200만 성도 중 절반만 기독당에 투표해도 600만 표가 되기 때문에 국회 입성은 물론 제1당이 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 지역구는 말할 것도 없고, 정당투표에서도 1%대의 득표율에 머물러 의회 진출의 꿈은 무산되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후 개신교 보수 진영이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주력해 2007년 이명박 정권을 출범시켰고, 이후 18대 총선에 최수환 장로에 기독민주복지당과 청교도영성훈련원 대표 전광훈 목사의 사랑실천당이 합당해 기독사랑실천당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활동했으나 의회 진출에는 실패했다. 더불어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서도 나왔으나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이진구 소장은 네 차례에 걸친 기독교 정당의 의회 진출 신도가 좌절된 이유와 개신교안에서 기독교 정당에 반대하는 논리에 대해 ∆창당 주도 세력의 대표성과 도덕성 문제 ∆시기상조론 ∆종교갈등에 주목하는 시각 등을 꼽았다.

이 소장은 “기독당의 주도 세력은 군사정권 시대에 독재에 아부하고 민주정부하에서는 냉전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사람들로서 과거사를 고백하지 않는 부도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들이 주도하는 기독교 정당은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다”며, “또한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기독교 정치사상과 생화신앙의 뿌리가 약해 아직 기독교적 정치를 논한 입장이 아니다. 요컨대 한국교회의 문화적 미성숙이 기독교 정당의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서는 기독교가 지배적인 종교문화로 오랫동안 자리 잡아왔기 때문에 독일의 기민당과 같은 기독교 정당이 등장한다고 해서 종교가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종교가 치열한 교세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종교의 정당 창당은 다른 종교들에 파급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실제로 통일교가 가정당을 창당하는 정보를 접하고 개신교에서 기독당이 등장하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끝으로 이 소장은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는 세력은 좌파의 척결, 반이슬람과 반동성애, 정치권 복음화를 주된 구호로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교회의 ‘제도적 이익’과 종교권력의 확장을 위한 강한 욕망이 흐르고 잇다”며, “이는 ‘기독교인 정치인’과 ‘기독교적 정치인’의 혼동에서 기인하는 욕망이다. 전자는 기독교인이지만 정파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기독교의 이념인 공의, 평화, 사랑의 정신으로 무장하여 정치의 장에 임하는 사람”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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