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WCA연합회(회장 한영수)는 “디지털 성착취를 만든 것은 ‘악마’가 아닌 ‘강간문화’였다”며, “성범죄자를 ‘악마화’하여 ‘영웅심리’를 부추기지 말라”고 강력 촉구했다.

한국YWCA는 입장문을 통해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박사’ 조주빈이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언급했다”면서, “피해자를 향한 사과 없이 자의식에 도취된 범죄자의 발언은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분노하는 국민 모두를 기만한 행위”였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범죄자가 할 수 있는 말은 피해자를 향한 진정한 ‘사죄’ 뿐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잇따른 언론 보도에서는 가해자를 ‘악마화’해 가해자들의 ‘영웅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며, “‘박사’의 학보사, 봉사 활동 등 과거 행적에 주목하며 이중인격을 가진 괴물로 표현하고 있다. 언론은 핵심을 잃고, 소설쓰기에 한창”이라고 성토했다.

한국YWCA는 또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에 참여했던 26만명에 달하는 ‘공범’들은 악마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피해영상물을 시청하고, 유포했으며, 적극적으로 성착취를 지시했고, 범죄행위를 방조했다”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 ‘평범한’ 얼굴들로 숨어 있는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들을 만들어 낸 것은 ‘강간 문화’였다.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며 면죄부를 줬던 우리 문화가 수많은 범죄자들을 양산해냈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물론이고 검경찰, 법원도 수많은 이유를 들먹이며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이행하지 않았고, 국회의원과 사법부, 법무부 관계자들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착취물을 ‘자기만족’, ‘예술작품’이라며, ‘자주 하는 일’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성의 노력을 했더라면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검경찰과 법원은 성착취 종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의로운 수사와 판결로 응답해야 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들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공범들을 철저히 색출하여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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