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에 이어, 1981년에 국가에서 ‘장애인의 날’로 제정됐다. 이 날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4월에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병신 육갑한다”는 말만 봐도 얼마나 장애인을 낮추어 함부로 대했는지 알 수 있다. ‘벙어리’, ‘소경’, ‘귀머거리’, ‘난쟁이’, ‘앉은뱅이’, ‘절름발이’ 등 신체적 장애를 비하하는 이런 용어들은 과거에 번역된 한글성경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개인의 인권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장애인의 권리 신장은 열심히 선진국을 따라가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과 사회적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제도화 법제화를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땅에 사는 장애인들은 육체적 정신적 장애 못지않게 무수한 차별, 편견과 싸워야 하는 게 여전한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인식되는 날이 온다면 굳이 매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사회지도층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곤혹을 치른 예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당 대표는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오다보니 의지가 좀 약하다”라고 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의 발언은 선천적 장애인과 후천적 장애인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말실수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왜곡 정도를 잘 보여준다. 여당 대표의 인식이 이 수준이라면 다른 이들은 오죽 하겠는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권리 신장에 대해 해가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은 비장애인들의 인식 속에 장애인을 고정 관념화 시키고 있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런 고정 관념은 사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장애를 스스로 일반화시켜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장애에 대한 가장 뿌리 깊은 편견인 셈이다.

이런 편견은 한국인의 사고방식 속에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해 거부감, 일반화하는 평균성, 동질성, 보편성을 지향하는 동질의식이 유난히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수 천 년 간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역사성에 기인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나와 다른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조건 틀린 것으로 인식하고 차별을 가하게 되는 것이다.

2008년 4월1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사회참여를 실현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지켜지도록 하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이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장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아 실질적 불리함을 안겨주는 직간접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드러내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정 범위 안에서 법으로 강제할 수 있겠으나 사람들의 생각까지 다 바꿀 수는 없다. 내가 장애인이 되지 않는 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동등하게 대할 수 없는 비뚤어진 인식의 오류야말로 가장 심각한 장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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